포스트자유학기제를 찾아서│ 대전괴정중학교

"예술·체육활동이 인문 과학 교과수업에 큰 도움"

2016-09-12 11:08:28 게재

'학년연계활동'으로 자유학기제 단절 우려 없애

56개 활동, 학생 한명이 4개 프로그램 할 수 있어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친구들 앞에서 내 의견을 발표하는 토론수업이 진짜 재미있고 좋아요." 자유학기제 동안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김은성(대전 괴정중학교 1학년)양은 "변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김예빈 양은 사진반 동아리활동에 참관한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질문이 있으면 하라"는 말에 손을 반쯤 들었다 내렸다. "사실 카메라와 수학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너무 떨려서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며 웃었다.

대전 괴정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시험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토론하고 조별 과제를 해야 해서 많이 바쁠 것 같네요. 그래도 신나게 놀며 축구 농구 피구 배드민턴을 다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탁구시합을 마치고 대화를 나누는 이준식 부총리. 사진 전호성 기자

 

장관님받으슈


"탁구의 묘미는 무엇이지요?"= 7일 대전광역시 서구 괴정중학교를 찾은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아이들과 탁구 시합을 했다.

복식게임으로, 설동호 대전교육감과 편을 갈라 진행했다. 아이들이 긴장 했는지 공이 자꾸 탁구대 밖으로 날아갔다.

시간이 흐르자 양측 모두 승부욕이 발동했다. 시합을 마치고 부총리 곁으로 모여들었다. "탁구 복식에서 중요한 게 뭐지요?" 이부총리 질문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편 선수를 배려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총리는 '정답'이라며 "체육·예술 활동이 일반 교과수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자유학기제를 통해 입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체육·예술 활동이 교실수업과 진로체험 등 자유학기제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교원들이 더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숙제검사

 

'명화차용하기' 미술수업에 참관한 이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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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총리는 '명화차용하기' 미술수업도 참관했다. 학생들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그림에서 이삭을 줍는 여인 그림만 따로 떼어 배치한 종이를 받아 그림을 그렸다.

그림에 배경을 넣고 색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용은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이삭 대신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독특한 배경을 그려넣었다. 유지연 미술교사는 "미술수업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연출하고 그림기법을 쉽게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괴정중 축구동아리


1주일에 10시간씩 체험형 활동= 대전괴정중학교는 1학년 2학기 자유학기제 운영 교육과정을 철저히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편성했다. 1학년 2학기 주당 34시간 교과 수업을 주당 22시간으로 줄였다.

대신 1주일에 10시간씩 체험형 활동을 편성했다. 1학년 7개 학급 235명의 학생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학년연계동아리' 형으로 묶어낸 것이다.

자유학기 한 학기 동안 학생 한 명당 4개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4개 활동영역으로 분류해 운영한다. 예술·체육 활동,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동아리 활동 영역은 교과수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실수업을 각 활동과 융합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연구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과 체험활동으로 학생 스스로 소질과 적성을 찾아, 꿈과 끼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예술·체육은 4시간으로 농구 탁구 댄스 미술 사진 합창 등이다.

주제선택은 고사성어 공부하고 만화 그리기, 자신만의 포토에세이집 만들기, 3D프린팅 배우기 등 2시간을 배정했다. 교내 동아리를 골라 활동하는 동아리 2시간, 진로체험 2시간을 구성했다.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은 교원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괴정중학교 교원들은 지난해 겨울방학부터 자유학기제 준비에 착수했다.

자유학기제 편제, 교육과정 및 시간표 모형 등 준비해 올 상반기 내내 점검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다듬었다. 학부모와 교원들을 위한 연수준비, 교수학습계획과 평가계획 수립, 교육과정 재구성과 융합수업계획을 수립해 2학기 자유학기제 전면시행에 대비했다.

전학기 자유학기제 요구 높아 = 자유학기제는 교실수업 개선 등 학교변화에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전면시행 시작하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자유학년제나 중학교 전학기를 '자유학기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도 이러한 현장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예혜란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1학년 자유학기제 활동을 2학년과 3학년에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국 80여개 연구학교 사례를 분석하고 의견을 모아 새로운 정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괴정중학교는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의 걱정과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공을 들였다. 학부모 임수연 씨는 "처음에는 성적이 떨어질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딸이 별, 망원경 천체분야 공부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며 "과학 등 한 분야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대전지역 특성상 좋은 여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단지 내 많은 기관이 문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괴정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주관하는 김혜선 교사는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운영이지만 준비, 실행, 수정, 보완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손이 가는 교육과정"이라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급과 교원 감소로 어려움이 따른다. 자유학기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서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준식 부총리는 이날 학부모 교사 간담회에서 "과거 수업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줄 세우기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 행복감은 꼴찌를 했다" 며 "이제 미래 교육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의 시대에 맞게 인문학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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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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