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광주광역시 봉선중학교

"자유학기에 인권교육 연계, 왕따 줄어"

2016-09-19 10:47:29 게재

빙고게임, 눈사람 만들기 등 놀이하며 '소중한 존재' 배운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인권'하면 어떤 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니? 인권을 색으로 표현하면 무슨 색일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얘기해 볼 사람?"

12일 광주광역시 봉선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선택교과 수업 시간. 설정인 교사가 인권을 주제로 문제를 내자 아이들이 손을 들고 "저요 저요"를 외친다. 틀리든 맞든 자신 있게 자기 생각을 발표한 아이에겐 초코파이가 상으로 돌아간다. 동기 부여만큼은 확실한 셈이다.

 

봉선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만든 핀 버튼을 손에 들고 있다. 사진 홍정아 리포터


하지만 정작 봉선중 아이들이 자유학기제 수업에 빠져들게 하는 흥미요소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놀이활동'이다. 중학교 수업에 웬 놀이인가 싶지만, 이 학교 놀이활동은 조금 특별하다. '인권'과 '놀이'를 결합해, 아이들이 친근하고 쉽게 인권이라는 개념에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학년 김동현 학생은 "친구들과 웃고 즐기다 보면, 노는 것인지 수업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날 땐 인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교실, 재미있는 놀이로 '인권' 배워 = 광주광역시 봉선중학교는 SW교육으로 이름이 난 학교다. 융합독서의 생활화, 진로 책임 교육, 창의 인성 덕목 최고상제, 학급 특색 브랜드화 등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유학기제 안에서도 교과목과 교과서를 넘나드는 다양한 융합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 대신 다문화 이해, 인권, 세계 평화 등 21세기 미래 인재의 핵심요소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특히 자유학기 선택교과 시간에 놀이를 활용해 펼치는 인권교육 수업은 타 학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설정인 교사는 '놀이와 함께 하는 인권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유학기 선택교과 수업에 접목했다.

설 교사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수업을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가, 지금은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비장애학생의 인권교육으로 확장하게 됐다"며 "놀이를 통해 인권감수성을 높이면서 보다 친근하고 쉽게 인권에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의 중요성은 알지만 어떻게 지키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설 교사는 "개념으로만 강조하는 인권과 인권 교육이 아니라, 실제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봉선중학교의 인권 수업은 의외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나눔과 배려를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폭력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나와 너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하면서 '왕따' 같은 학교 문제와 갈등도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덕분에 이 수업은 '제1회 자유학기 실천사례 연구대회' 자유학기활동 분과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형호 교장은 "자유학기제 인권교육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자아 존중감이 향상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봉선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선택교과 수업 놀이와 함께 하는 인권 교육 프로그램 . 사진 홍정아 리포터


인권, 교과수업으로 연계 = 봉선중학교 인권교육수업은 동화책과 영상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깨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면 '평화란 어떤 걸까?' '내가 라면을 먹을 때'와 같은 인권 동화책을 읽거나, 한 시각장애 소년의 제안으로 점자 지폐를 발행한 호주의 신문기사를 소개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 다음,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한다. 활동 내용은 그때그때 다르다. 빙고 게임, 나노블록 게임, 탑 쌓기 게임, 버튼 만들기, 인권 눈사람 만들기 등 다양한 놀이를 진행한다.

종이컵을 이용해 눈사람을 만드는 활동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업. 기본모양, 정오각형, 응용모양 만들기를 통해 인권 눈사람을 완성하는 활동이다. 설 교사는 "수학교과 체험 중 도형과 관련된 주제로 진행하는 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안했다"며 "중학교에서는 1학년 2단원 도형에서 평면도형 중 정오각형에 대한 공식, 성질, 정의를 배우는데, 해당 단원과 연계해 융합수업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평면도형을 빈 틈 없이 겹치지 않게 모으는 테셀레이션을 이용해 인권 물고기를 만드는 수업에서는 인권을 주제로 삼행시를 짓거나 물고기 도안에 글을 적는 활동을 펼친다. 버튼 만들기는 나, 너, 인권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와 이미지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버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버튼 안에 '수비수'라고 적은 1학년 김지영 학생은 "사회적 약자를 돕고 보호하는 것이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수비수의 역할과 비슷한 것 같아 그렇게 적었다"면서 "어렵고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인권이 의외로 우리 생활 속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은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배려와 나눔의 개념까지 익힐 수 있다. 설 교사는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권리는 곧 긍정적이고 따뜻한 단어들로 표현되며 그것이 인권의 가치'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수업을 모둠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협동이나 배려, 타협의 과정을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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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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