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⑭ 수원시

카페보다 가고 싶은 도서관을 짓다

2016-09-19 11:10:24 게재

사방이 트인 공간·큰 창에 안락한 소파 … 시장이 직접 도서관 설계 챙겨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염태영 수원시장.

"집이 좋아야 집에 들어가고 싶고 그 안에서 바른 품성과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탁 트인 열린 공간에 어디서나 빛이 들어와 쾌적한 공간, 책을 읽으러도 오지만 쉬고 영화를 보고 PC 작업을 하러도 오는 공간, 무엇보다 카페보다 더 가고 싶은 공간이 도서관이 돼야 합니다." 12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난 염태영 수원시장의 일성이다. 2010년 민선 5기에 그가 당선된 이후 수원의 도서관들은 싹 탈바꿈했다.

공원과 맞닿은 도서관에 온가족이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이라면 흔히 떠올리는 정형화된 의자, 딱딱한 느낌의 서가로 채워진 도서관은 최소한 수원에서만큼은 찾기 어렵다. 대신 그 자리엔 '우리나라의 도서관도 이렇게 지어질 수 있구나!'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넓은 창에 빛이 쏟아지는 열린 공간, 다양한 의자와 소파로 구성돼 이용자들이 잠을 자도 될 것처럼 편안하게 구성된 공간이 들어섰다.

염 시장은 선진국의 도서관들이 부러웠다고 고백한다. 탁 트인 개방 공간, 밝고 경쾌하고 트렌디한 공간을 가진 도서관은 늘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이 평일엔 직장 생활을 하고 휴일엔 도서관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공원이 있도록 설계해 가족들이 도서관에, 또 공원에 들러 책을 읽으며 쉴 수 있었으면 했다"면서 "수원의 경우 공원마다 가능한 한 도서관을 함께 조성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원의 도서관들은 공원과 함께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예컨대 일월도서관은 일원공원과 맞닿아 있다. 일월도서관의 경우 공원을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창을 냈다. 이용자들은 마치 공원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올 것 같은 느낌으로 책과 신문 잡지를 즐길 수 있다. 바람을 쐬고 싶을 땐 도서관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공원이다. 가족들이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다가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으며 뛰어놀기에도 적합하다.

이런 도서관을 조성하기 위해 수원시가 주력한 것은 벤치마킹이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네이버 도서관 등을 벤치마킹했다.

염 시장은 도서관을 지을 때마다 설계를 예민하게 살피고 여러 차례 고치도록 주문한다. 염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진국 도서관들을 벤치마킹하고 도서관 설계에 신경을 쓰도록 한다"면서 "그래야 도서관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일월도서관. 사진 이의종


"도서관이 도시 인프라의 핵심"

염 시장은 도서관을 확충하는 데도 관심을 쏟아 재임 이래 9개의 공공도서관을 지었다. 2018년까지 3개의 도서관을 더 건립할 예정이다. 모자라는 부분은 116개의 작은도서관들이 채워주고 있다. 그가 도서관에 주력하는 것은 조직과 예산 편성에서도 드러난다. 도서관사업소는 국장급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5급 사서직 공무원이 2명이다.

예산도 대폭 확충했다. 염 시장 취임 이전인 2010년도 도서관 운영 예산은 196억원인데 비해 2016년도 예산은 252억원으로 28%가 늘었다. 도서관 건립비를 더하면 예산은 더 늘어난다. 사서직 공무원을 포함, 도서관 운영 인력은 2010년도 83명에서 2016년도 101명으로 22% 증가했다.

다만 도서관의 확충에 비해 사서직 공무원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아쉽다. 염 시장은 "사서직 공무원을 늘리고 싶어도 공무원 총정원제, 총액임금제 등의 규제로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인터뷰가 마지막에 이를 즈음, 그는 최근 관심을 갖고 읽는 책 2권을 보여줬다. '지적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 민음사)'과 '이토록 멋진마을(후지요시 마사하루, 황소자리)'이었다. 도서관의 새로운 방향성, 지방자치단체에서 핵심 인프라로서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논하고 있는 책들이다. 염 시장은 "도서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우리도 시도해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도서관이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시설로 기능하는 것을 넘어 도시 인프라의 핵심이 돼 도시의 정책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표현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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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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