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의 비밀│⑨ 웰크론그룹

원천기술, 봉제공장을 그룹으로

2016-10-19 10:49:40 게재

순이익 30% 복지·성과급으로 지급 … 직원 20%가 연구인력

동양나이론(현 효성)에 입사해 극세사를 개발하고, 상사에서 의류 무역을 담당했다. 당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세탁비누 사업을 했던 부친의 DNA를 이어 받았던 것일까. 모친 반대에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1992년 집을 담보로 2000만원을 대출받아 회사(은성코퍼레이션)를 설립했다.

미싱 몇 대로 시작했다. 당시 의류를 만들던 극세사로 걸레, 행주 등 청소용품을 만들었다. 사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자금난에 봉착했다. 생활은 보험설계사로 나선 아내 몫이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어려운 와중에도 극세사 후가공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물이 굴러 떨어지는 일반 극세사와는 다른 흡수력과 세척력이 뛰어난 새 원단이 필요했다. 수많은 실패 끝에 고흡수성 극세사 클리너(T-101)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만들었다. 개발한 극세사 클리너는 순간 흡수력과 최대 흡수력이 일반 면보다 3배 이상 뛰어났다.

일본회사 꺽고 3M에 납품 = 회사 성장은 2000년 3M에 납품하면서 본격화됐다. 3M의 마음을 얻기 위해 2년간 보낸 샘풀만 3대 트럭분이다. 선두주자인 일본회사를 넘고 단독 납품에 성공하면서 극세사 클리너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기존 주문자생산방식(OEM)에서 과감히 탈피, 자체 브랜드를 갖춘 것도 이때부터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사명도 웰크론으로 바꿨다. 웰크론은 '사람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웰빙(well-being)과 혁신적인 미세기술을 보유한 기업 역량을 표현한 미크론(micron)의 합성어다. 의류용으로 사용되던 극세사를 클리너에 접목해 산업용 극세사 분야를 개척한 웰크론그룹 이영규 회장 이야기다.

웰크론은 극세사 후가공 분야에서는 일본의 기술력을 능가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극세사분야에서 국내외 26건의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R&D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극세사 클리너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돼오고 있다.

웰크론 주력제품은 극세사 클리너와 극세사 생활용품이며, 최근에는 극세사에서 축적된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나노섬유 원천기술을 개발해 고효율 필터, 방탄복 등 고부가가치 산업용 소재사업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WPM(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 사업중 다기능성 고분자 멤브레인 소재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웰크론은 2007년 한방생리대로 잘 알려진 예지미인(현 웰크론헬스케어) 인수를 시작으로 2010년 산업용플랜트 전문기업 한텍엔지니어링(현 웰크론한텍)과 에너지플랜틀 전문기업 강원비앤(웰크론강원) 등을 인수하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12년 9월에는 베트남 호치민에 해외생산법인을 설립해 가동을 시작함으로써 세계 무대 공략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그룹으로 면모를 갖춘 것이다. 여기에 생활용품 브랜드 '세사(SESA)'를 자체 개발했다. 현재는 알러지방지 침구를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웰크론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2355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올렸다.

성실과 신용이 경영의 기본 = 웰크론의 성장 원동력은 연구개발 투자와 직원복지에 있다. 매년 매출액의 약 3%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전체 직원의 20%가 연구인력이다.

복지혜택은 대기업 못지않다. 웰크론은 순이익의 30%를 복지와 성과급으로 준다는 원칙을 세웠다. 직원 식당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지하 헬스장은 전문 헬스센터 부럽지 않은 운동기구와 샤워시설이 완비돼 있다. 직원 결혼식에는 업무용 리무진 차량을 '웨딩카'로 대여해 준다. 원거리 거주 직원을 위해 남녀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자녀학자금, 주택자금지원, 의료비 지원 등은 기본이다.

"성실과 신용은 기업경영의 기본이다. 지금까지 협력업체와 현금거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 집무실 벽에 붙어있는 '2020년 2조 달성 목표'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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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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