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강원 횡성중학교

횡성한우가 자유학기제 '융합수업' 주제로

2016-10-25 10:25:12 게재

교사는 수업개선, 학생들은 발표 토론하며 성장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대동여지도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는 사람?"
"차승원이요!"

장난기 많은 학생의 대답으로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 18일 학부모 공개수업을 진행한 강원 횡성중학교 1학년1반 2교시 사회 수업시간. 유문화 교사가 지리정보와 일상생활 단원을 설명하면서 최근 개봉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수업의 물꼬를 튼다.
 

강원 횡성중학교의 학부모공개수업의 날, 대축적지도와 소축적지도 비교 활동을 펼친 1학년 1반 학생들. 사진 홍정아 리포터


영화자료 활용한 모둠수업으로 흥미 이끌어 =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역할을 영화 속에서 배우 차승원이 연기한 거죠. 다 알죠 여러분? 그럼 우리 영화 예고편 하나 볼까?"

선생님 설명과 함께 영상을 본 아이들은 차츰 수업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영상을 본 뒤 유 교사는 칠판에 소축적 한반도지도와 대축적 횡성군 지도 두 개를 나란히 붙였다. 오늘의 수업 목표는 대축적지도와 소축적지도의 특징과 장단점, 쓰임새, 기호를 비교하는 것. 모둠별로 주제 하나를 정해 자유롭게 토론한 다음 켄트지에 결과물을 정리해 발표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사회 교과 내용을 다양하게 재구성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유 교사는 모둠별 협동수업을 종종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힘을 기를 뿐 아니라, 수업 참여와 흥미까지 높인다. 의사가 꿈이라는 양우석(1학년)군은 "자유학기제 수업은 친구들과 토론하며 과제를 해결하는 모둠별 수업 때문에 더 재미있다"며 "오늘 수업시간에 우리 모둠은 대축적, 소축적 지도의 단점에 관해 생각을 모았는데,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융합교과로 지식·사고 확장하는 자유학기 수업 = 1층 도서관에서도 1학년 4반 사회수업이 한창이다. 함승모 수석교사가 '지도 읽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전면에 마련한 영사막에 지도 하나가 떠 있다. "자, 이 지도를 볼까? 중국과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 지도 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뭐가 이상하지?"

함 수석교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활용해 지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 지도에서 이상한 점, 빠진 부분이 뭔지 아는 사람?" "아메리카 대륙이 없어요" "유럽 대륙도 없어요" "우리 한반도가 너무 커요."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의 답변이 쏟아진다.

수업은 여러 가지 지도의 기호를 찾는 퀴즈로 이어진다. 논, 밭, 과수원, 학교, 탄광, 공장, 소방서 등 지도안에 쓰인 기호의 명칭을 찾고 정답을 확인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호 표시만 배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융합교과를 녹여낸 것이 특징.

예를 들면 학교의 지도 기호를 확인하면서 영상으로 횡성중학교의 과거 건물 모습을 보여주고 학교 역사를 설명하거나, 탄광 기호에서는 강원도의 탄광산업과 채광 기술 발전에 관한 내용까지 한발 더 들어간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함 수석교사는 "자유학기제는 교사들이 발표수업, 토의토론수업, 프로젝트 수업, 협력수업, 거꾸로 교실 등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천하는 계기"라면서 "교사 중심의 강의식이 아니라, 아이들 활동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최대한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횡성 한우로 융합수업에 진로체험활동까지 = 횡성중학교는 지난해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한발 앞서 실시한 만큼 차별화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7월에는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유학기제 마무리 발표회를 개최했다. '영화야 놀자'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를 선보였다. 이 학교 자유학기 담당 유문화 교사는 "조 별로 역할을 나눠 영화기획, 콘티구성, 촬영, 편집, 시사회에 이르기까지 학생들 스스로 영화 한편을 완성했다"며 "자유학기 취지에 걸맞게 교과체험 활동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희망Dream 탐구토론대회'는 '횡성한우 브랜드 가치 향상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 경연대회. 지역의 대표 브랜드 한우에 관한 융합 수업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역사 속에서 소의 역할과 변화 지점을 알아보고, 이중섭의 소 그림을 감상하는 식으로 수업을 발전시킨 것이다. 유 교사는 "국어시간에 소를 소재로 시를 짓고 발표하는가 하면, 기술·가정시간에는 소의 각 부위별 영양소와 활용 요리를 배웠다"며 "횡성한우 음식과 관련 관광지를 영어로 소개하는 등 한우를 주제로 다양한 과목의 융합수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학교는 지역 주민의 참여 속에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발굴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신응교 교감은 "마을교사를 양성해 학교와 함께 지역 특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지역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교실 안 수업에 그치지 않고, 한우 농가를 방문해 생생한 진로체험활동으로 연결하는 등 지역융합 수업에도 주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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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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