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감시망을 다시 세우자│③ 회계투명성 확보는 기업내부로부터

'유명무실' 감사위원회부터 제대로 기능하도록

2016-11-04 10:55:26 게재

부정행위 조사·시정조치 법률적 의무 부여

분식 저지른 개인·회사 제재 강화할 필요도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회계부정 관행이 다시 한번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회사 재무정보를 1차로 정리해 보고하는 기업 내부 단계에서부터 분식회계를 막을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분식회계는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9월 말까지 12년간 분식회계로 제재를 받은 기업은 806곳에 이른다. 매년 50~80개 기업이 분식회계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것이다.

"감사위원회 독립성 갖도록" = 전문가들은 경영자의 사익추구가 분식회계가 발생하는 제1의 원인이라 지적한다. 회사 회계부서가 정리한 재무정보는 '실적'이란 이름으로 경영진에 보고되는 데, 경영진에게는 이것이 성적표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까닭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적이 달라지면 성과급이 바뀌거나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적 득실이 여러 가지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보고된 숫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재무정보 수정을 지시할 유인이 존재한다. 월급쟁이인 실무진이 이를 부당한 지시라며 거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회계학회는 지난달 27일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고 감사 및 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내부회계관리의 실효성 제고, 내부고발 활성화,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강화, 결산신고기한 연장 등으로 기업 내부의 회계부정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회계부정이나 회계투명성이 1차적으로는 기업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내부의 통제제도인 감사위원회 및 감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손성규 한국회계학회장(연세대 교수)은 "기업의 내부감사 기능인 감사위원회(감사)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감사위가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영진의 부정행위 등에 대해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첫째 과제로 꼽혔다. 감사나 감사위원회가 회계처리 위반 혹은 부정행위를 발견하거나 의심이 되는 경우, 독립성과 적격성을 갖춘 외부전문가를 선임해 즉시 조사 및 시정조치를 하고, 그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 1영업일 내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및 외부감사인에게 제출하도록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전면 개정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감사위의 '통보'를 받은 감사인이 증선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정도다.

감사위를 자발적으로 설치한 상장기업의 경우 회계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선임할 필요가 없는 현행 제도를 바꿔, 감사위를 설치한 회사는 위원 중 1인 이상의 회계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하고, 회계전문가를 상근감사로 선임토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개선방안으로 제시됐다.

또 감사위가 수행한 외부감사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안도 나왔다. 외부감사인의 주요 외부감사내용 보고사항에 '지배구조 및 감사위와의 커뮤니케이션 횟수'를 구분해 공시하고, 감사위의 외부감사선임, 실지, 종료와 관련된 정보도 모두 공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내부회계통제'로 용어도 바꿔야 =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문제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내부회계관리자가 이사회 및 감사에게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실태를 보고하도록 돼 있는 것을 대표이사가 이사회 및 감사에게 보고하도록 변경하고, 감사가 이사회에 보고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도 보고대상을 주주와 이사회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외부감사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인증수준을 현행의 '검토(reveiw)'에서 '감사(audit)'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용어를 '재무보고에 관한 내부통제' 또는 '내부회계통제' 등으로 개정해 중요성을 부각시키자는 안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내부회계관리제도 모범규준을 정비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지목됐다. 현재는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모범규준을 내부회계관리제도 모범규준(제5장)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를 별도의 독립된 모범규준으로 떼어내고, 모범규준 운영을 관장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운영위원회의 설치근거를 외감법에 마련하자는 것이다.

윤승준 한양여대 교수(세무회계학)는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새로운 제도 도입보다는 제대로 기능하도록 보완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당사자, 회사 제재 대폭 높여라" = 분식회계에 대한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고 적발될 경우 제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너체제'가 많아 이사회와 감사위를 장악한 채 분식회계를 저지르려는 경향이 외국보다 높고, 분식을 하더라도 개인이 치르는 댓가가 너무 약하다"면서 "회사에 대한 제제도 중요하지만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형사적, 금전적 제재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회사들이 이런 범죄자들을 계속 고용할 경우 회사가 치러야 할 비용부담을 높이고, 곧바로 감사인 지정대상으로 만드는 등의 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회계부정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해당 경영진에 대해 이미 지급한 보수를 거둬들이는 '보수환수제' 도입 등의 제재강화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내부고발제도는 감사인의 부정행위는 증선위에, 기업 임직원의 부정행위는 해당 기업의 감사인 또는 감사위에 고지하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임직원의 부정행위도 증선위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 또는 고지 대상을 회계정보에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 내부고발자에게 불이익한 대우를 한 경우에 물리는 과태료도 현재의 3000만원 이하에서 대폭 높여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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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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