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인 에바 바틀릿 "서방언론, 시리아전쟁 참상 조작"

2016-12-22 11:15:59 게재

시리아 직접 취재한 뒤

"정부전복 노려 거짓말"

캐나다 독립언론인이자 인권활동가인 에바 바틀릿은 지난 수개월 시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전쟁을 취재했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한 시가전을 벌인 알레포를 발로 누볐다.

시리아 내 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는 지난 11일 UN 시리아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방언론이 시리아전쟁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에서 목격한 것을 ?게 설명하고 서방언론이 시리아전쟁을 보도하면서 어떤 조작을 벌였는지 비교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 언론인 크리스토퍼 로센버그는 질의응답시간에 '서방언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바틀릿의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로센버그는 "당신은 상업미디어, 서방미디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적 구호조직이 시리아에서 활동하며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서방언론이 보도한 것인데, 왜 그게 거짓말이고 조작인가. 우리가 근거 있는 영상 등을 통해 얻은 사실이 왜 진실이 아닌가. 러시아와 시리아정부군의 공습을 받은 알레포시 동부의 병원들이 참혹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고, 알레포 시민들은 러시아군의 잔악무도한 짓에 치를 떨고 있다. 당신은 서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물었다.

지난 4월 27일 알레포 동부 수카리 지구에 소재한 '알-쿠즈' 야전병원이 러시아군과 시리아정부군의 공습에 폐허가 됐으며 약 50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즉사했다는 보도가 전 세계적으로 타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바틀릿은 "기득권 서방언론에도 매우 정직한 기자들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알레포시 동부에 어떤 국제적 단체가 활동하는지 알려달라"고 질문을 한 노르웨이 기자에게 반문했다.

노르웨이 로센버그 기자가 답을 하지 못하자 정적이 흘렀고, 바틀릿은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긴 침묵을 끊었다. 이어 그는 서방언론이 즐겨 인용하는 '시리아인권관측소'(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 SOHR)의 정체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바틀릿에 따르면 SOHR은 영국 코번트리시에 거주하는 한 남자가 온라인상에서 운영하는 단체로, '화이트헬멧'(White Helmets)이라는 단체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다. 화이트헬멧은 2013년 창립된 시리아의 자율 민방위 조직인 '시리아 민방위대'로, 하얀색 헬멧을 쓰고 활동한다는 의미에서 이같은 별칭이 붙었다. 시리아전쟁지역에서의 5년간 구조 활동을 벌여 '대안 노벨상'으로 알려진 바른생활상을 받았으며,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오른 단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영국의 전직 군인이 조직한 것으로, 미국과 영국, 유럽 각국으로부터 약 1억달러(약 119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화이트헬멧은 자신들이 알레포 동부지역에서 시리아 민간인을 구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틀릿은 "그곳(알레포 동부)에 사는 시민들은 그런 단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다"며 "또 화이트헬멧은 자신들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각종 무기류를 소지하고 시리아정부군의 시체를 밟고 올라서 사진을 찍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틀릿은 이어 "화이트헬멧이 올린 사진들을 보면 시리아정부군과 러시아로부터 피해를 입는 무고한 아이들의 모습이 많다"며 "하지만 그 아이들은 계속 '재활용'(recycled)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등장했고, 내년에도 2~3곳의 또 다른 피해지역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피해아이들의 참상이 사실은 화이트헬멧에 의해 연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바틀릿은 또 서방언론의 보도 자체가 잘못됐다며 "상당수 상업언론의 관심은 시리아정권의 전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타임스'나 '데모크라시 나우' 등의 매체는 현재까지 시리아 내 전쟁이 테러전이 아니라 '내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 매체는 2012년까지 시리아 내 반군이 무기도 없고 비폭력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시리아정부군이 알레포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테러리스트들에 점령됐다 풀린 지역의 주민들은 오히려 정반대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자가 '서방언론과 러시아언론의 보도 태도에 차이점이 있는지' 묻자 바틀릿은 "의제설정에서 근본적으로 달랐다"며 "서방언론들은 정권 전복의 의제에 맞춰 보도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서방언론이 진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하는 이유는 이미 설정한 의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애초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들이 제대로 보도됐다면 나같은 사람이 시리아에 들어갈 이유도 없고,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죽을 이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알-쿠즈 야전병원에 대한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버틀릿은 "서방의 모든 언론이 알-쿠즈 병원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을 비난했지만, 러시아측이 제시한 정밀 위성사진을 보면 알-쿠즈 병원은 이미 2015년 10월 폐허가 된 곳"이라며 "알-쿠즈 병원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게 아니라 이미 이전부터 그 상태로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대표 언론인 가디언지가 당시 러시아를 맹비난했지만, 몇달 뒤엔 '알-쿠즈 병원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며 "거짓말도 앞뒤가 맞아야 하는데, 서방언론 스스로 일관되지 않은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 반군들이 나라 전역의 병원을 폐허로 만든 사실은 서방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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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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