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마음을 나눈 세월호 심야식당

2017-01-02 14:45:18 게재

세월호 가족, 카레덮밥 4160그릇 무료 제공

시민들 "그만 좀 하지 생각했던 것 반성"

2016년 마지막 날 늦은 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통인동 커피공방 앞길에는 환하게 불을 밝힌 심야식당이 열렸다.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2년 8개월 동안 함께 아파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 준 시민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한 식당이었다. 오후 10시반 쯤 제10차 촛불집회 청와대 방면 행진을 마치고 내려오던 시민들은 이곳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나눠주는 노란색 카레덮밥을 나누며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서울 종로구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 차려진 심야식당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시민들에게 카레덮밥을 건네고 있다. 김영숙 기자

이날 세월호 가족들이 준비한 심야식당은 촛불집회 당시 따뜻한 식수를 나누어줬던 경복궁서측주민들과 20여개 시민단체, 200여명의 개인 및 단체 참가자들의 참여로 준비됐다. 서촌 주민들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은 전날 오후부터 카레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이날 현장에서는 천막을 치고 음식 준비 및 배식과 설거지까지 도맡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외롭고 힘들었던 기간에 많은 힘이 되어 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동혁(2학년4반)군의 아버지 김영래씨와 어머니 김성실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사건도 과거사처럼 그냥 묻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국민들의 힘으로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그동안 함께 해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하고 먼 길을 떠난 정차웅(2학년4반)군 어머니 김연실씨. 김씨는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아이들을 이용해 보상금 등 돈이나 벌려고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정부의 거짓말, 보여주기 식 행동으로 뒤통수 맞았을 때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며 "조사권과 수사권 포함 등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이 다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준영(2학년5반)군 어머니 임영애씨는 "세월호 진실규명은 꼭 되리라 믿는다"며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의 뜻과 국민들의 힘을 보면서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배식해 주는 카레덮밥을 받아든 시민들은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함께 표현했다.

충남 서산에서 올라왔다는 박준수(42)씨는 그동안 세월호에 무관심했던 점을 반성하며 어젠 팽목항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바닷가에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은 꼭 어른들이, 특히 30·40 세대가 앞장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온 교사 민성태(57·가명)씨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오랜 싸움을 바라보며 "이젠 그만 좀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점을 반성했다. 그는 "최근 촛불집회에 나오면서 과연 세월호에 내 아들이 있었다면 난 가만히 있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아직도 진상이 규명된 것이 없고 해결된 사항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세월호 7시간의 진실 등 사고원인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규형(29·대전)씨는 "세월호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그에 따라 관계자들 엄한 처벌 내려야 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특히 대통령의 7시간 공백 문제는 그 자체로 탄핵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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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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