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의 비밀│⑫RFHIC

GaN RF(질화갈륨 무선주파수)증폭기 세계 최초 개발

2017-02-21 10:40:21 게재

10년간 연구개발 성공 이후 매출 급성장

올해 1천억원 목표 … 미국 국방시장 진출

1998년 외환위기로 형이 하던 무선주파수(RF) 부품사업에 어려움이 닥쳤다. 동생은 형 사업을 돕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합류했다. 기존 사업은 전망이 없다고 판단한 형제는 RF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찾았다.

공학박사였던 형은 '갈륨나이트라이드(GaN) RF증폭기' 개발을 제안했다. GaN은 레이더 등 방산에서 사용되는 소재로 고가여서 통신장비 분야에선 눈길을 안 주던 소재다. 경쟁사는 GaN 대신 실리콘에 매달려 있었다. 형제는 GaN 증폭기 시장의 잠재력을 확신했다. 실리콘 제품보다 발열과 전력소모량을 최소시키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조덕수 대표가 회사 주요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형제는 1999년 회사를 설립하고, GaN RF증폭기 개발에 나섰다. 주변 지인들이 모두 말렸다. 기술이 워낙 첨단기술인데도 경쟁사가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들이어서 사업에 부정적이었다.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는 의견이었다.

처음 3년은 매출이 없었다. 이후 7년도 적자였다. 창업 당시 불던 벤처 열풍에 힘입어 13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10년 동안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투자자들의 잔소리는 심했다.

◆형제의 우직한 한우물 정신 = 그래도 형제는 우직하게 한우물을 팠다. 10년만에 GaN RF증폭기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글로벌 기업보다 5년 앞선 쾌거였다. GaN이 주목받는 이유는 효율성에 있다. GaN은 실리콘보다 효율을 10% 높일 수 있다. 제품 크기는 절반으로 줄이고 전력 사용량도 20% 절감할 수 있다.

제품은 외국산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시작한 2013년 매출은 800억원에 이르렀다. 이후 노키아 에릭손 화웨이 등 세계 유수의 통신 장비업체가 이 회사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 매출 612억원 중 415억원은 수출에서 벌어들였고, 부채비율은 25%로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신장비용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은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의 발자취다.

RFHIC는 이동통신 기지국의 데이터 처리효율을 높이는데 핵심인 증폭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질화갈륨GaN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GaN 트랜지스터를 생산하고 있다.

RFHIC의 성공 비결은 '연구개발'에 있다. 전체 매출의 10.3%(2015년 기준)를 R&D에 투자한다. 석사 출신 신입사원을 3~5년간 훈련시켜 엔지니어로 키운다. 직원 215명 중 30%가량인 65명이 연구원이다.

GaN 소재의 장점을 알고 미국 화합물반도체 전문기업 크리(CREE)와 협업해 2010년 제품 상용화에 성공한 배경에는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에 있다.

동생 조덕수 대표는 "제품 개발 후 거래처 수요 증가에 따라 대량 생산에 들어갔고, 이에 30년간 시장을 장악해 온 실리콘 기반 LDMOS 증폭기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구조를 갖추게 됐다"며 "2012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통신시장 기대 = RFHIC는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통신시장이 3G에서 4G LTE 넘어가고 있어서다. 중국발 대규모 통신 장비 교체가 예상된다.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이자 중국 현지사인 화웨이와 일찌감치 협력 관계를 구축해 중국진출에도 성공했다.

회사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방산까지 진출한다는 포부다. 통신 분야에서 얻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레이더 군용 통신장비로 사업을 확대했다.

미국 방산업체와의 거래를 위해 201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과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군사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나라다. RFHIC는 세계 7위 방산업체인 에어버스(Airbus), 헤리스(Harris, 세계 29위 방산업체), 콥합(Cobham, 세계 35위 방산업체)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연말엔 세계 4위 방산업체인 레이시온(Raytheon)의 협력사로도 등록했다.

조 대표는 "RF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게 목표"라며 "이제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고생한 직원들과 성과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50%가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고, 전체 발행 주식의 10%를 직원들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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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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