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없는 세상│② 아토피치유행복학교 1호 대구 서촌초등학교

교과과정도 교실도 치유중심으로 개편

2017-02-23 13:13:15 게재

"친환경 나무교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 … 지역 보건소·소아과와 협력

"아토피요? 이곳에 오면 눈 녹듯 사라져요. 아마 이런 학교는 전국에서 최초일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복 받은 거지요." "학교 분위기가 좋으니깐 공부는 지가 알아서 다 합니다." 대구광역시 서촌초등학교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부모들이 학교자랑을 늘어놓는다.

학교 자투리 텃밭에 심은 감자를 수확한 대구 서촌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대구 서촌초등학교 제공


올해 5학년에 올라가는 황희민 군은 1학년 때 서촌초교에 입학했다. 아버지 황민호(38)씨가 소문을 듣고 이 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희민군은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질환 때문에 고통스런 생활을 했다. 꽃가루, 계절변화에 민감했다. 음식 알레르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음식도 10가지 정도로 제한됐다. 황민호 씨는 "병원치료와 민간요법 등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다. 차도가 없다보니 병의원 진단조차 신뢰가 가지 않았고 해외 치료사례에 눈을 돌렸다. 자식 아토피 고치려고반 의사가 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 전 명상과 건강차 마시기로 하루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진 대구 서촌초등학교 제공


황씨는 "병원치료보다 생활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학교를 선택한 게 행운 이었다"며 "공부보다 아이들이 행복한 설계를 하는 서촌초교 교육정책에 대만족"이라고 덧붙였다.

희민군의 피부는 화상환자 같았다. 최근 약도 거의 끊었고 아토피와 이별을 했다. 본인이 아토피를 앓았다고 말하지 않으면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말끔했다. 비염과 아토피를 안고 이 학교로 온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생활습관이 변해갔다. 덕분에 아토피나 비염 등 악성 질환이 서서히 호전을 보였다. 학부모들의 학교운영에 대한 만족도가 100%에 가까운 이유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입학 후 엄마 손을 놓지 못했던 정우창(4학년)군은 비염이 완치되면서 이제 혼자 쇼핑이나 학원을 다닐 정도로 활달해졌다.

배추수확


공부강요보다 건강우선 정책 = 2012년 대구시교육청은 서촌초교를 '아토피치유 행복학교 1호'로 지정했다. 아토피치유 건강학교는 전국 최초로, 조례까지 바꿨다. 서촌초교는 학교운영을 건강 중심으로 설계했다. 우선 교실부터 개조했다. "벽은 친환경 황토타일이고요, 책걸상은 자석이 붙는 친환경 철판입니다. 천정요? 당연히 친환경 텍스타일이지요. 건강차를 마시는 다기세트도 있어요.." 배희경(6학년 1반 담임)교사가 학교자랑을 늘어놓았다. 배 교사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친환경 나무로 시공한 교실 바닥"이라고 덧붙였다.

책걸상 치우고 바닥에 앉아 모둠 수업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는 것. 교실 벽 아래쪽은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 사물함으로 둘렀다. 각 교실마다 공기정화용 식물을 키우는 화분이 가득했다. 배 교사는 우동기 교육감의 특별한 배려(?)임을 강조했다.

서촌초-5 학부모 책 읽어주기 재능 기부


이번엔 채서윤 보건교사가 나섰다. "아토피가 심한 학생들은 보건실에 설치한 편백욕조에서 반신욕을 해요. 아토피는 학교생활 뿐 아니라, 가정생활도 중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부모교육도 합니다. 매월 전문의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 건강검진을 하고요."

손영숙 교감도 학교자랑에 거든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기본입니다. 아침에는 명상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우엉차나 무말랭이 차를 마셨고 비누도 스스로 만든 편백비누를 사용했다. 학교 울타리 안에 편백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조성했다. 자투리 텃밭은 학생들이 채소를 심고 가꾸는 농장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중요한 교과과정도 아토피 비염 치유와 치료 중심으로 개편했다는 점이다. 학생 114명(2016년 3월기준) 중 75.4%인 86명이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서촌초교는 알레르기 비염 등 질병 증상 30% 이상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약선요리체험의 날


지역보건소와 소아과 등 아토피 치유 전문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이스크림, 과자 등 인스턴트식품 섭취량이 줄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교육공동체'로 묶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인성 진로 예절 등 협력학습 수업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학부모들도 스스로 참여했다. 1인 1운동과 악기연주, 지역과 연계하는 교과과정 운영 결과는 놀라웠다. 5년 연속 학교폭력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폐교위기에서 아토피 치유 전문학교로 = 서촌초교는 학생 수가 줄면서 폐교위기에 처했다. 그러다 '행복학교'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2012년 62명에서 2016년 11월말 기준 135명(유치원 포함)으로 증가했다. 학교주변 마을 아이들은 30%정도다. 나머지는 외부에서 이사를 오거나 전·입학한 학생들이다.

학교건물이나 교통이 썩 좋은 편이 아님에도 입학이나 전학하려고 아이들이 줄을 섰다.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학교 건강중심 운영방침이다. 교원들이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늘어나는 학생 수에 맞는 교육시설 부족이다. 학교 건물은 낡고 교실이 부족해 교장실이나 교무실은 교사(校舍) 뒤편 조립식 건물로 밀려났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교원들은 "교실이 부족해 영어수업교실이나 전문 실습공간은 아예 꿈도 못 꾼다"며 교육감의 배려를 기대했다.

김진도 서촌초교 교장은 "아토피 치유 맞춤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으로 학생들의 건강증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지역사회와도 연계하고 융합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체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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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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