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없는 세상│③ 숲은 녹색의사다

"숲길 걷기로 아토피와 이별을…"

2017-03-06 10:30:09 게재

치료 대안으로 '숲 치유학교' 떠올라 … 숲 기능, 국민건강 중심으로 설계해야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아토피 등 청소년 알레르기 질환자는 56만여명에 달한다. 최근 서울시도 아토피 역학조사에 나섰다. 조사결과 7세 이하 어린이와 영유아는 19.1%, 초등학생은 18.0%, 중학생은 10.9%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이중 심각한 경우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도시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와 가족들은 숲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천식진료환자 중 9세 이하 소아의 비율은 41.5%, 아토피 피부염은 53.4%를 차지해 어린이들이 환경변화에 쉽게 노출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최근 산림청은 숲의 기능을 '국민건강'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 따라서 치유 및 치료의 개념으로 숲을 찾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숲 치유와 치료는 크게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목재를 이용한 치유 및 치료로 나뉜다.

 

아토피 우울증 등 학교부적응 학생들이 숲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산림치유프로그램, 소아아토피에 효과 커 =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아토피와 같은 소아 환경성 질환자의 '질환 중증도' 감소나 환경성 질환 교육, 심리적 안정 및 혈액의 면역학적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고려대 안암병원(소아청소년과)과 공동으로 산림치유캠프를 진행한 결과 아토피 아동 아토피가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우선 캠프 참여 전후로 아토피피부염 중증도 검사를 했다. 1년차의 경우는 16.7±11.9점에서 10.2±7.8점으로, 2년차는 11.9±14.1점에서 4.9±7.0점으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관련 사이토카인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역불균형이 개선됐다. 산림치유캠프가 아토피 중증도 호전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다.

또한 '소아상태 불안척도 검사' 결과 산림치유캠프에 참여한 소아 환자의 불안척도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치료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해 질병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아토피 피부염 발생의 주요인자인 '혈액 호산구 분율'이 산림치유캠프 후에 낮아져 숲 치유가 다양한 분야에서 치유효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산림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음이온은 뇌파 중 알파파를 증가시켜 마음을 안정시킨다. 공기 중 산소 농도도 도심보다 높아 신진대사 활동에 도움을 준다. 나뭇잎이 필터 역할을 한 간접 햇빛은 비타민D를 합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하고 아토피 피부염을 완치했다는 환자들이 속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도 산림청과 손잡고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적응' 학생들이 '숲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자존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중독이나 학교폭력 등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를 대상으로 각종 체험이나 진로분야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숲의 기능이 교육분야와 접목해 새로운 교육과정과 대안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목재 만지는 것만으로도 치유 도움 = 숲을 찾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말한다. 산림과학원은 이런 이유를 피톤치드(phytoncide)에 근거를 두고 있다. 피톤치드란 '식물'을 의미하는'phyton'과 '죽이다'는 의미를 지닌'cide'의 합성어다. 이는 박테리아나 해충으로부터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발산하는 살균, 살충 효과를 지닌 방향성 물질이다. 숲에 가면 피톤치드가 신체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피부 자극, 피부 염증 방지, 신경 안정 및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준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수목을 목재로 사용할 경우, 목재에서 발생하는 자연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인 향기로 자연스럽게 삼림욕의 치유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콘크리트 주택에서 발생하기 쉬운 곰팡이에 대한 항균효과나, 집먼지진드기 활동이 크게 감소하다가 죽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심생활공간에 목재를 사용할 경우 아토피피부염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까. 산림과학원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아토피피부염을 유발시킨 쥐에게 4주 동안 국내산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편백 판재를 각각 노출시킨 결과 피부질환 증상이 완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아토피피부염 유발인자인 혈중 면역글로불린E(IgE)의 농도가 감소됐다.

아토피치유학교로 유명한 대구광역시 서촌초등학교의 아토피 피부염 개선 프로그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실바닥, 벽 등을 편백 목재나 황토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특히, 아이들이 교실 바닥에 앉아 수업을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바닥소재가 목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림청이 조성한 숲 치유센터를 찾은 국민은 115만여명에 달한다. 이중 16만여명이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산림청은 2021년까지 국유림에 치유센터 10개소를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별로 현재 조성 중인 치유의 숲을 감안하면 8개 시도에 치유센터 47개소를 조성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문을 연 경북 영주 치유센터는 한번에 50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아토피환자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성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유아 때부터 자연스럽게 숲 생태교육을 시작한다. 숲 교육의 중요성 때문이다. 숲 유치원 출신 아이들이 사회성, 수업참여도, 신체발달 등 모든 영역에서 일반 유치원 아이들보다 앞선다는 것. 독일에는 치유가 가능한 숲 요양센터가 200여개나 된다.

박미진 국립산림과학원 화학미생물과 박사는 "소나무 잣나무 편백 등 목재를 이용한 실내 환경이 아토피피부염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국내 수종을 대상으로 알레르기성 염증, 천식 등에 대한 효과를 조사해 질환별 맞춤형 목재 선택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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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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