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외교로 외교 위기 돌파구 찾자 | 인터뷰 -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중국 일본부터 먼저 찾아가겠다"

2017-04-13 11:02:30 게재

상대국 마음 얻는 게 공공외교 … 한중일 국민감정 개선 시급

"우리 정부 외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공외교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중국과 일본부터 방문해 공공외교 활동을 펼치려고 준비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55)는 "공공외교대사 역을 맡고 보니 공공외교의 영역이 의외로 넓고 중요하더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간 외교만으로는 강대국들의 파워게임을 뚫고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란 이야기다.

불확실한 동북아정세를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의 외교 공간을 넓혀가야 하는 시점에서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게 박 대사의 판단이다.

박 대사는 "공공외교의 핵심은 우리의 매력을 알려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정부 대 정부 차원의 안보외교, 경제외교 같은 하드 파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세계적 추세다. 상대국 여론을 움직이는 공공외교를 세번째 축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위안부합의·교과서 문제 등 과거사로 인한 일본과의 대립을 해결하려면 공공외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게 박 대사의 소신이다.

그는 "중국과 한국 양국 국민들의 마음이 많이 상해 있다. 중국인들은 한국이 친구인줄 알았는데 사드로 등에 칼을 꽂았다고 생각하고, 우리국민도 감정이 악화돼 있다"면서 "중국공공외교협회, 학술단체, 언론 등을 두루 만나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그는 "예전에는 일본이 아시아의 지도국가로서 한국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과거사 갈등이 반복되면서 일반 국민 사이에서 혐한 현상까지 나타났고 우리 국민의 대일 감정도 나빠졌다"면서 "공공외교를 통해 갈등으로 향하는 일본내 여론의 흐름을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사는 중국 일본 뿐 아니라 미국을 찾아 한국이 한미동맹을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설파할 생각이다. 이어 러시아와 인도로 영역을 넓혀 공공외교의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하는 일을 올해의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공공외교대사로서 해당국 오피니언 리더, 싱크탱크와 학술단체 관계자 등을 폭넓게 접촉해 한국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면 해당국 정부의 한국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사는 외교부 내에서 화제의 인물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1985년에 외무고시(19회)에서 여성 최초로 수석 합격했다. 외시 7년 선배인 김원수 유엔군축고위대표와 결혼해 부부 외교관 1호로 기록되기도 했다.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 중국 경제공사 등을 거친 이력 때문에 양국 사정에도 밝고, 영어 중국어에도 능통하다.

현안 파악이 빠르고 발로 뛰는 스타일이라 박 대사 본인도 "공공외교 대사직은 내 체질에 딱 맞는 자리"라고 말한다.

미국 워싱턴에서 일본 공공외교의 힘에 밀려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해 미국 내에서 "한국이 자꾸 골대를 옮기는 거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는 점을 예로 든 박 대사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우리나라도 공공외교법을 제정해 기본 체계를 갖췄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공공외교 수행에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은 예산 문제다. 그는 "미국 의 공공외교 예산은 우리나라 예산(올해 160억원)의 60배, 일본은 30배가 넘고, 독일 프랑스 영국도 연간 외교부 예산의 18% 안팎을 공공외교에 배정하고 있다"면서 "예산을 늘리고 통합적인 공공외교 플랫폼을 만드는 데 힘을 쓰려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별, 기관별 각자도생 식 공공외교 활동을 펼치는 점도 큰 약점이다. 박 대사는 "해외의 한국문화원이 30개국에 나가 있는데, 해외문화홍보원 소속이라 예산, 인사 등의 권한을 문화체육관광부가 행사한다"면서 "외교부의 163개 해외공관과 연계가 부족하다보니 국가 이익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공공외교 활동이 펼쳐지지 못하고 불필요한 중복 현상도 나타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마찬가지다. 박 대사는 "무상원조는 외교부가, 유상원조는 기재부가 담당하는 데다 다른 부처들도 나름의 해외지원 사업을 조율없이 각자가 하다보니 ODA 예산이 국가적 중장기 외교 목표에 맞춰 지출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공공외교를 국가 이익이란 전략적 관점에서 조정하고 총괄할 기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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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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