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기업의 비밀 │⑭ 에이치케이

27년간 산업용 레이저기기 외길

2017-04-14 12:28:04 게재

국내 점유율 1위, 50여개국 수출 … "품질·가격경쟁력 높아"

금속뭉치 끝에서 불빛이 번쩍 거리더니 앞뒤좌우, 둥근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푸른색 불꽃이 튀었다. 6mm 두께의 스테인리스가 종이오리기 하듯 다양한 모형으로 말끔히 잘렸다.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이저의 위력이다.

계명재 에이치케이 대표가 레이저절단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이 절단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1분에 6만㎜, 즉 1초에 1m 속도로 금속을 자를 수 있다. 최고 25㎜ 두께의 철판 스테인리스 황동 알루미늄 구리 등을 원하는 모형으로 절단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에 위치한 ㈜에이치케이(HK)는 절단기, 가공기, 용접기 등 다양한 산업용 레이저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1990년 창립 후 27년가 산업용 레이저기기 연구개발의 외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매출 617억원으로 산업용 레이저기기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현재 50여개국에 수출, 매출 중 40%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출기업이기도 하다.

기술인력이 70% = "27년간 한 눈 팔지 않고 한 우물만 팠다. (산업용 레이저기기 제조 분야는) 대기업도 철수하고 우리만 남았다. 한 때는 무담보·무보증으로 기계를 팔면서 버텼다." 계명재 대표는 "살아남아 강자가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에이치케이가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은 '기술력과 품질'에 있다. 회사 직원 150명 가운데 40명이 연구개발 인력이고 70명은 기계 생산·설치·수리 등을 맡는 엔지니어이다. 연구인력과 기술직을 포함하면 기술관련 인력 비중이 3/4에 달한다. 회사는 '테크니컬 마스터' 인증을 통해 직원들을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골드→다이아몬드→마스터를 거치게 되는데 현재 '마스터' 인증자는 사내에 4명 밖에 없을 정도로 깐깐하다.

이런 노력으로 에이치케이 기술력은 세계 수준에 올랐다. 기술 수준이 세계 1∼2위인 독일 회사 트럼프나 스위스 바이스트로닉의 95% 정도이며 일본 업체와는 동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품질과 가격경쟁력에서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트럼프사 제품이 대당 7억5000만∼8억원 가량 하는 데 에이치케이 것은 6억원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

올해부터는 '생산자실명제'를 도입했다. 기기 한 대당 3~4명 정도가 책임지고 제작한다. 기기가 완성돼 고객에게 전달되는 보고서에 담당자 명단도 포함된다.

계 대표는 "산업용 레이저기기는 금속을 다루는 제조공장에서 꼭 필요한 장비여서 시장은 열려있다"며 올해 해외 비중을 50%로 잡았다. 현재 에이치케이 제품은 35개국에 수출, 세계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절단기 외에 쇠를 구부리는 밴딩머신, 표면을 부드럽게하는 디버깅기 등 레이저 활용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약 7조5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직원 역량이 기업 미래 = 계 대표는 애초 레이저기기 분야를 전혀 알지 못했다. 후배의 권유로 창업에 뛰어 들었다. 당시 미국에서도 초기 단계인 레이저기기 사업의 미래성장성에 모든 것을 건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대기업과 카이스트 출신 박사들과 경쟁했다. 하지만 외환위기사태(IMF)를 거치면서 에이치케이만 남았다. 계 대표는 "무모할 정도로 한 길만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기업으로 세계경쟁력도 충분하지만, 다른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자체 인력양성 과정을 통해 보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계 대표는 "경쟁 기업이 있는 독일 등은 산학 연구 인프라가 잘 돼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인프라가 안 돼 있어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등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에이치케이는 '즐겁고 기쁨을 주는 회사'를 지향한다. 개인과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보직 변경을 통한 업무 재배치, 성과보상제 운영, 골프 지원 등에 적극적이다. 화성 본사에는 스크린골프장, 풋살장, 헬스장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옥상은 150명 직원이 앉아서 삼결살 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넓다.

"중소기업이라 인재를 뽑는 일이 쉽진 않지만 뽑은 직원들의 능력을 키워주는데 회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계 대표는 "직원의 역량이 기업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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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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