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기업의 비밀│⑮ 드론젠

해외 러브콜 받는 드론 스타트업

2017-05-02 10:15:34 게재

메인보드·모터·제어장치 등 기술력 확보 … 영국투자회사 지분투자 추진

영국투자회사가 국내 드론(Drone) 스타트업에 10% 지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직원 인터뷰까지 마치고 올해 안 투자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1월부터 미국기업과 산업용드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흥신 드로젠 대표가 레이싱드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영국투자회사가 주목한 국내 스타트업은 바로 2015년 6월 설립된 드론젠(대표 이흥신). 드론젠은 일반 드론과 경주드론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올 초에는 최고 시속 150㎞를 내는 레이싱 드론을 내놓았다. 드론젠 제품은 자체 개발한 비행제어장치(FC)와 모터로 비행 성능을 높이면서 조종 난이도는 낮춘 게 특징이다.

드론 관련 기술 모두 확보 = 드론젠이 국내외 드론업계에 널리 알려진 이유는 기술력때문이다. 드론은 비행제어장치(FC), 모터, 기체 프레임, 데이터링크 같은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기술이 집약된 융합 상품이다. 드론젠은 이 모든 기술을 스스로 확보했다.

FC를 상용화해 해외에 판매한 국내 유일 기업이다. 국내에서 드물지만 소형 BLDC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무게는 30% 줄이고, 성능은 40% 높인 '하이브리드 모터' 개발을 완료했다. 유인 드론에 쓸 수 있는 고성능 FC는 내년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생산하는 스포츠용 모터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외 산업용드론의 기체도 모두 국내에서 설계, 제작하고 있다.

드론젠은 이미 수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일본으로 매월 200대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도 수출계약을 완료했고, 홍콩 호주 뉴질랜드 독일 수출도 논의하고 있다. 드론젠이 레이싱드론으로 특화하고 관련 기술을 직접 확보한 것은 '지속성' 때문이다.

이흥신 대표는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조립하는 사업 모델도 가능하지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고, 방재 촬영 같은 드론 응용 기술만 연구하다가는 제조 경쟁력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국에서는 FC와 관련된 논문만 매년 200편이 나오는데 외국 코드만 가져다 쓰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드론젠은 최근 미국 Epi-Sci와 공동으로 개발한 스웸(SWAM) 기술을 시현하기 위해 협의중에 있다. 스웸기술은 하늘에 여러 대의 드론을 띄워 드론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드론 군집비행 관련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통신망이 두절돼도 드론을 띄워 통신망을 복구할 수 있다. 산불이나 정찰비행에도 매우 유용하다.

취미생활이 창업으로 = 드론젠 설립은 이흥신 대표의 취미생활이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사교육시장에서 잘나가던 수학 강사였다. 교육방송(EBS) 한샘학원 종로학원 대성학원 등에서 스타 강사로 꼽혔다. 취미로 시작한 '레이싱드론' 동호회 활동으로 드론과 인연을 맺었다.

영상을 보면서 드론을 운전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당시 레이싱드론은 사용자들이 부품을 구입해 조립한 게 대부분이었다.

동호회에서 만난 지인들과 레이싱드론 개발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22번째 수정한 드론이 원했던 비행성능을 보였다. 2015년 1월 동호회에 시제품을 내놓자 주문이 900대나 몰렸다.

이 대표는 2015년 6월 드론젠을 설립했다. 학원 강사 생활을 접고 회사에 뛰어 들었다. 자본금 2억원은 학원강사 시절 번 돈이었다. 전문가 영입이 어려웠다. 회사 미래를 이야기하며 드론 개발 경험이 있는 FC개발자와 펌웨어 개발자를 영입했다. 처음 3명으로 출발한 직원은 현재 30여명이 됐다.

이흥신 대표는 "세계 1위 기업과 경쟁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규모 있는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국산 드론이 장난감 수준을 넘어 고급 드론, 산업용 드론으로 세계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드론젠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 자금으로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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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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