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이야기 │⑨ 한정화 한양대 교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2017-05-12 10:24:30 게재

중기청장 경험 책으로

경제구조 개혁 주문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다."

 

한정화(사진) 한양대 교수는 고용없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 해법으로 '경제구조의 대개혁'을 제시했다. 한국경제 구조가 대기업 중심에서 창업·중소기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의 제언에는 여느 학자들보다 무게가 실려 있다. 수십년간의 연구와 행정 경험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30년 가까이 벤처와 스타트업, 중소기업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다. 2013년 3월부터 2년 10개월간 역대 최장수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했다.

그는 최근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을 출간했다. 책에는 '저성장 시대의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고민과 해법이 담겨있다.

그는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를 몰고 온 근본 원인으로 대기업에 편중된 수출 의존형 성장 전략으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놀랄 정도의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아시아의 기적'이라던 대기업 주도 성장전략에 따른 대기업 독식 경제구조가 지금은 오히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를 불러왔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한 교수는 이론과 현장 경험을 살려 과감한 사회개혁을 통한 상생의 생태계 구축 방법을 제시했다.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기회형 창업의 활성화와 중소기업 성장을 통해 사회적 역동성을 높이는 것만이 한국경제가 살 길이라는 주장이다.

중소기업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로 정부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청장 시절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해 공정위측과 얘기를 할 때도 청 단위 조직으로서 한계를 상당히 많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현 중소기업청은 예산이나 조직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고 국가 전체 차원에서도 통합적인 정책 조정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교수는 "현장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예산과 조직을 뒷받침하고 타 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발전 전략을 추진하려면 장관급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경제전략을 산업정책에서 기업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융복합화에 의한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칸막이식 산업정책은 오히려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심의 고용없는 성장, 국민소득 정체, 경제의 양극화 심화라는 근본적 한계를 돌파하려면 기존 산업정책을 버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교수는 "한국경제의 대기업 편중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악영향과 그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중소기업은 물론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면서 "이제 중소기업은 단순히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경제를 살릴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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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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