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업유산과 유휴공간, 녹색의 땅으로 되살아나다

'걸어서 10분' 생활권 공원이 대세

2017-05-26 10:30:41 게재

대형공원에서 작은공원으로 패러다임 변화

접근성 좋고 자주 이용하는 근린공원 '정답'

서울시의 공원조성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중·대형 공원을 조성하던 방식에서 산업유산이나 자투리 공간을 적극 활용해 '도보로 10분 이내 생활권 공원' 조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애 주기별 특성에 맞는 녹색복지의 개념을 도입해 태교숲, 유아숲, 청소년체험의 숲 등 주제별로 다양한 숲과 정원을 만들어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녹색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0년 이전 중·대형 공원 조성 = 서울시는 2010년 이전에는 넓은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왔다. 1986년 문을 연 양재 시민의 숲(25만8991㎡)과 1999년 조성된 여의도공원(22만9539㎡), 2002년에 만든 월드컵공원(228만4085㎡)과 선유도공원(11만407㎡), 2005년 서울숲(115만6498㎡)과 2009년 북서울꿈의숲(66만5190㎡), 2010년 중랑캠핑숲(17만9666㎡) 등이 대표적이다.

5월 20일 서울역고가도로가 찻길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길(서울로 7017)로 재탄생했다. 시민들이 서울로를 걸어다니며 곳곳을 구경하고 있다. 개장 첫날 15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서울로7017을 찾았다. 사진 서울시 제공

하지만 가용부지와 재정적 한계 등으로 더 이상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기 힘들어지면서 서울시는 2010년 이후 공원·녹지 조성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공원조성에 민간을 참여시키고, 생활 속 자투리 땅을 활용해 공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서울시내에 총 197개의 크고 작은 공원·녹지가 새롭게 탄생했다. 총 면적은 약 188만㎡로 여의도공원 8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는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민간이 기부채납한 녹지도 포함된다. 서울에 조성된 공원·녹지는 2016년 말 현재 총 2278개, 146.22㎢로 늘어났다. 서울시 총 면적(605.25㎢)의 약 1/4 규모다.

2010년 이후 생활권 공원 조성 = 시는 특히 대형공원을 조성하고 끝나는 공원녹지 조성방식이 아니라 시민들이 집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을 만들고 있다. 생활권 공원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자주 이용하는 근린공원이나 소공원, 체육·문화·역사·수변공원 등 도시자연공원을 말한다.

도심에 있는 산업유산이나 유휴공간을 재활용해서 공원·녹지를 만들고,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있는 공원을 만드는 것으로 서울시의 공원조성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도로로서 수명을 다한 서울역 고가도로가 시민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공원·산책로인 '서울로 7017'로 거듭난 것도 연장선상이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 뒤 석유비축을 위해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조성한 석유비축기지는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공원, 문화비축기지로 6월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 12월 열차 운행이 중단된 경춘선 폐철길은 기존의 기찻길과 구조물을 활용해 철길의 흔적을 살린 공원과 자전거길로 하반기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또 단절되거나 버려진 녹지를 잇거나 재활용하는 사업으로 '녹지연결로'가 올해 3곳, 2019년까지 7곳 만들어진다. 녹지연결로는 폭이 최소 10m~최대 20m 규모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설치된다. 특히 연결로 내부를 녹지로 만들고 동물 이동로(최소폭 7m이상)와 보행로(폭 2m 내외)를 설치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도록 유도한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도시의 산업구조가 공업에서 지식산업으로 변화하면서 생겨나는 여분의 공간에 대한 재활용, 도시 공원화가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이와 함께 기존의 공원을 질적으로 증진시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인근 주민들이 찾고 즐기는 생활권 공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원·숲이 체험 공간으로 = 시는 또 하드웨어적인 공원조성으로 끝나지 않고 공원녹지를 좀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하고, 사람 뿐만 아니라 동식물이 함께 공존하는 녹지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노을공원과 강동그린웨이, 중랑캠핑숲, 서울대공원, 한강공원 5곳에 총 623면을 조성해 운영 중인 '가족캠핌장'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녹지를 발굴해 만들었다. 이곳은 체험과 참여, 문화 등 소프트웨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원'으로 변했다.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가족캠핑장에서는 야외스파와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청소년들이 안전체험과 학업스트레스 해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청소년 체험의 숲'이 불암산 내 만들어진다.

또 아이들이 집 가까운 숲에서 놀고 배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인 유아숲 체험시설인 '유아동네숲터'가 올해 100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기존 중대형 공원부터 시민들의 참여와 이용이 보다 편리한 소형 공원까지 그간 공원녹지의 양적인 확충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조성된 공원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공원의 최종 주인은 결국 시민인 만큼 시민들이 참여하고 동참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이어 "폐철길 석유비축기지 등 산업유산을 재생시키고 자투리 공간을 적극 활용해 지역별 녹지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특히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는 녹색복지 개념을 도입해 시민 삶의 질을 더욱 높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기고] 기억의 도시 공간들

['산업유산과 유휴공간, 녹색의 땅으로 되살아나다' 기획기사]
'걸어서 10분' 생활권 공원이 대세 2017-05-26
매봉산자락 석유비축기지, 문화저장고로 탈바꿈 2017-09-15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