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차해영 '끼니를 다함께' 대표

"공유부엌 지도 만든다"

2017-06-14 10:21:16 게재

부엌 이어 냉장고 공유 제안

지역사회 주체로 성장 가능

"신체 건강한데 한끼 굶는다고 어떻게 되겠냐고 하죠. 청년들 스스로도 그래요. 하지만 미래 자원인 건강을 미리 당겨쓰는 셈이에요."

차해영 '끼니를 다함께' 대표(왼쪽)가 공유부엌을 방문한 청년과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 끼니를 다함께 제공

차해영(사진) '끼니를 다함께' 대표는 "청년들이 건너뛰는 한끼 대신 무엇을 선택하는지조차 파악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일원으로, 청년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혼자 사는 청년들 건강권에 눈을 돌렸다. 자신을 돌아봐고 주변을 둘러봐도 청년들은 '미래의 안정적 삶'을 이유로 건강하지 못한 현재의 삶을 감내하고 있었다.

차 대표는 "주거 노동 관계 생활 등 모든 것이 연결돼있는데 따로 풀려고 한다"며 "청년 건강도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만 따지지 식생활과 관련지은 연구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의 제안으로 서울시는 올해 청년 1인가구 건강을 주제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원룸 고시원에 사는 청년이 많은데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은커녕 변기 옆에 싱크대가 그냥 놓여있기만 한 곳도 있어요. 조리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죠. 이 문제를 개인이 풀 수 있을까요?"

다 큰 청년들 밥 먹는 문제까지 사회가 고민하고 공공이 지원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차해영 대표는 "청년들 생활을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 심지어 죽음까지 이른 사례도 청년들에게는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한끼당 적정 식비는 4000~5000원인데 실제 먹을 만한 백반은 7000~8000원 수준이다. '먹방' '쿡방'이 넘쳐나고 혼밥·혼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상업화돼 있을 뿐 고달픈 청년들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차 대표는 "그냥 괜찮을 거라는 믿음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1인용 포장된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어이없을 정도로 비싸요. 저렴한 전통시장이요? 교통비 들여서 먼 거리를 왕복해야 하고 1인가구가 소비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아요. 심지어 뭘 어느 정도로 구입해야 하는지, 음식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요. 배운 적이 없으니까."

차해영 대표는 "음식이나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소비시장이 커졌을 뿐"이라며 "청년 식생활을 대기업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렇게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공유부엌을 시작했다. 청년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배운다.

끼니를 다함께는 올해 서울 곳곳에 늘고 잇는 공유부엌 지도를 만들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더 많은 청년에 알릴 계획이다. 당장 각 공유부엌을 순회하면서 집밥모임을 희망하는 청년들과 음식을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차해영 대표는 "집·냉장고를 돌봐야 나를 돌본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며 "공유부엌에 이어 독일에서 시행 중인 공유냉장고도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은 오랜만에 음식을 만든다, 이런 부엌이라면 요리를 하겠다는 토로 끝에 지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나눈다"며 "(공유부엌 공유냉장고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사회 주체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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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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