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이야기│⑬ 올어바웃웨어 박정훈 대표

4년 만에 재도전 신발 피팅시장 열어

2017-07-10 10:25:45 게재

'3D 양발 키오스크 스캐너' 개발 … 국내외 기업들 협력·사업화 추진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에 관심이 높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은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세우는 게 꿈이었다. 사이버대학에서 전문성을 쌓으며 창업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33세가 되던 2009년 꿈에 그리던 창업을 했다.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개발, 3D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실내외 공간 디자인 작업을 가상현실 공간에서 실제처럼 미리 적용해 좀더 완벽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다. 첫 출발은 그런대로 좋았다. 2년만에 가상현실 그래픽과 데이터 사업으로 15억원 가량의 연매출을 올렸다.

현실은 냉혹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주거래처인 가구업체의 인식이 낮아 판로를 더 이상 확대하지 못했다. 결국 3년만에 수억원의 빚을 떠안은 채 폐업했다.

남들보다 빠른 기술력이 오히려 시장환경을 앞질러 실패를 맛본 셈이다. 실패는 큰 상처로 남았다. 자존감이 떨어져 집안에 갇혀 지냈다. 신문배달이나 소소한 일거리로 생활비만 벌었다.

2015년 5월 우연히 알게 된 경남 통영시 죽도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한 달간 명상과, 심리치유, 자존감 회복 등 교육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죽도에서 돌아온 뒤 재기를 준비했다.

폐업 이전에 알던 지인들의 도움으로 2015년 9월 두번째 회사 '올어바웃웨어'(AAW)를 설립했다. 올어바웃웨어 박정훈 대표 이야기다.

박 대표는 재도전 1년만에 '3D 양발 키오스크 스캐너'를 개발했다. '3D 양발 키오스크 스캐너'는 3D스캐너를 활용해 발 데이터를 수집·측정하는 기술이다.

AAW는 3D프린터로 개인의 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수제화 업체들이 맞춤형 신발을 정확하게 제작하기 위한 자료로 제공해 준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인의 발에 가장 적합한 신발을 만들 수 있다. 구매하려는 신발이 자신에 맞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AAW는 2016년 '3D 양발 키오스크 스캐너'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데 이어 중소기업청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AAW 기술은 국내외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대만의 에이수스와 NDA(비밀유지계약), 중국의 3D 아트크레이션, 아시아 BK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 P사와도 사업 진행을 협의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에스콰이어와 계약하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가 꼽는 올어바웃웨어의 경쟁력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정책'에 있다. 누구나 3D스캐너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누구나 정밀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시장은 확장된다는 논리다.

현재 정밀한 인체 3D스캐너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가격은 최소 2000만~4000만원이다. 중소기업이 이 비용을 만들려면 신발 4000족 이상을 팔아야만 가능하다. 물론 수익을 내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AAW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는 무료로 제공한다. 이용기업은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 대표는 국내 최초 '슈즈 피팅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박 대표는 재도전에 나서는 이들에게 "모두에게 어려움은 찾아온다.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사람관계를 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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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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