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떠난 청년들 불러들여 일자리창출·마을공동체 복원

2017-09-28 10:22:37 게재

일본 지역부흥협력대 본따 도시청년시골파견대 운영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지방분권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연방제수준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소멸할 위기에 내몰려 있다.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초고령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지만 경북은 더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도의 출생자 수는 2만600여명으로 전년대비 1700여명 감소했다.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에 낳는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또한 1.39명으로 1년 새 0.07명 감소했다. 인구연령별 분포도 좋지 못하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평균연령이 41.2세인데 경북은 44.0세로 전남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시 중에서는 상주시가 49.3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문경시가 48.3세로 3위다. 군 중에서는 의성군이 55.1세로 전국 최고령 도시다. 군위군은 54.7세로 2위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30년 내에 경북도내 23개 시·군 중 17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활력의 기반이 되는 청년인구이다. 경북도내 전체인구 대비 청년인구 비율은 약 30% 정도로, 매년 1만명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청년인구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 도시로의 전출이다. 청년들을 붙잡아둘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경북도가 청년문제 해결책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8~10일 경북 안동에서 '움직이는 청년문화장터 푸드트럭 페스티벌'이 열렸다. 경북도는 창업·취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헤 이 축제를 열었다. 사진 경북도 제공


청년정책관 최초 신설 = 경북도는 서울 등으로 떠난 청년들이 돌아와 근로와 소비활동 영역의 중심에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청년유입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청년과 지역 활성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지역에 청년이 모여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공동체 복원에 이르는 경북도만의 새로운 청년정책인 셈이다.

도시에 있는 청년들을 지방에 정착시킬 방법, 지방에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해법, 일자리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희망의 뿌리를 내리고 생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복지도 확대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 수는 비법 등이 경북도의 고민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1월 청년취업과를 신설했고 올해 7월에는 청년정책관으로 격상시켰다. 경북청년의 권익증진을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청년정책관은 일자리 문제를 포함한 청년의 권익증진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의 생활안정, 문화활동 증진, 나아가 청년의 참여확대 및 권익보호와 도내 정착에 대한 지원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다. 경북도는 '청년기본조례'를 제정,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단순하게 일자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좀 더 큰 틀에서 경북형 청년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청년 유입·정착에 힘쓰다 = 경북도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정책은 바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진 외지 청년들에게 매년 사업활동비를 3000만원씩 3년간 지원해 경북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수도권 등 외부의 유능한 청년인재를 선발해 일정기간 교육과 컨설팅 과정을 그친 후 최종적으로 창업과 정착으로 연결해보려는 취지다. 내년도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에는 총 20개팀 62명이 응모했으며 3개 팀 10명이 최종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1인당 1년간 3000만원을 직접 지원하고, 사업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 등을 간접 지원한다.

최종 사업대상자들은 조류사육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사업, 청년들이 찾아오는 문화공간 구축 등 정체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청년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내년부터는 시·군 사업으로 확대해 매년 100명씩 도시청년들의 유입을 시도한다.

경북도 청년정책관은 일본정부가 2009년부터 추진 중인 '지역부흥협력대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연구 중이다. 평균연령이 46.0세로 한국(41.2세)보다 고령화 수준이 높은 일본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 지역에서 인구과소지역으로 분류되는 지방으로 이주한 사람을 지자체가 임기 3년의 지역부흥협력대원으로 위촉해 지자체가 자체 편성한 프로그램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고, 연간 400만엔 정도의 월급과 활동비를 주는 제도다. 일본은 총무성 산하에 지방창생본부를 두고 지방창생법으로 불리는 '마을 사람 일자리 창생법'을 제정해 추진하고 있다. 전강원 경북도 청년정책관은 "청년들이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지역 청년문화 활성화의 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경북도의 정책은 일본과 차이가 난다"며 "일반적인 일자리 늘리기 형태에서 벗어난 경북형 청년정책으로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업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청년이 찾아오는 경북, 청년이 만들어가는 경북 = 경북도는 청년 유입과 정착을 위해 문화기반 개선과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8~10일 경북 안동에서 '움직이는 청년문화장터 푸드트럭 페스티벌'도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 고민을 함께하는 청년 소통공간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경북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다양한 먹거리를 갖춘 푸드트럭 26대가 참여해 호응을 얻었다.

다음달부터는 '청년 창조오디션 공모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청년 권익증진을 위한 지역 특화사업 아이디어를 외부 공모전을 개최해 선정하고 선정된 우수사업에 대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형식의 청년정책 공모사업이다. '청년정책을 통한 지역활력화 사업'이라는 주제로 다음달 공모절차를 거쳐 11월 우수사업을 선정하고 시상한다. 총사업비는 40억원 규모다. 공모분야는 청년일자리, 청년창의문화, 청년유입 및 공동체활성화 분야다. 공모유형은 사업 파급효과에 따라 시·군 단위 특화사업과 마을공동체사업 그리고 광역공동체사업으로 분류된다.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은 최대 10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되며, 당장 11월부터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관련기사]
[인터뷰 │도원우 경북도 청년유턴 일자리 지원자] "타지역 출신 우대해 마음 끌렸다"

['청년과 함께하는 경상북도' 연재기사]
'청년실업-중소기업 구인난' 다 잡는다 2017-09-22
도시로 떠난 청년들 불러들여 일자리창출·마을공동체 복원 2017-09-28
'취업절벽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2017-10-11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최세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