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변리사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 ②

변호사의 직역다툼

2018-01-04 10:48:55 게재

최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증 자동취득 권한을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물론 세무사들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변호사들은 초유의 집행부 삭발식을 비롯하여 변호사 총궐기대회를 예고하는 등 강공을 펼치고 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세무사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지식을 자동으로 갖추게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전문 단체의 다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변리사 또한 변호사와 직역다툼을 하고 있다. 변호사는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아무런 제약없이 변리사로서 변리사업을 할 수 있다. 로스쿨 변호사 시대를 맞아 2015년부터 변호사가 변리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실무연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변리사 시험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이 주어지고, 특허침해소송과 관련하여 변호사와 변리사가 다투는 상황에 대해 그 타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특허로 대변되는 변리사업무는 기본적으로 법률과 관련된 법률업무다. 법률업무라면 마땅히 법률전문가라 할 수 있는 변호사가 해야 한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발명특허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탄생되자, 그에 관한 업무를 변호사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발명기술과 관련된 법률업무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전문가가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변리사라는 새로운 전문가가 탄생하였고, 그들의 업무는 발명기술과 관련된 법률업무에 한정되었다.

기술의 르네상스 시대라 할 수 있는 요즘에는 변리사를 기술에 따라 네 분야로 구분한다. 기계공학분야, 화학공학분야, 전기전자분야, 바이오생명과학분야로 구분한다. 변리사라면 최소한 이 네 분야 중에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그 분야의 특허업무를 할 수 있다. 가방끈이 유난히 길어서 둘 내지 세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는 변리사도 가끔 있지만, 대개는 자기 분야의 일을 하게 된다. 전기전자분야의 변리사가 바이오생명분야의 발명을 처리할 수는 없다. 소통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과 의사에게 외과 환자를 치료하게 할 수는 없다. 자기의 전문분야가 아닌 일을 어설프게 해서 특허를 받아본들 선무당 사람 잡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는지는 아주 명약관화하다. 로스쿨 변호사 시대를 맞아 대학에서 이공학을 전공한 변호사가 전보다는 많지만, 생각만큼 많은 것은 아니다. 설사 이공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변리사로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특허법과 특허실무에 정통해야 한다. 특허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특허명세서(발명설명서)를 작성하기까지는 최소 수 년의 시간을 요한다. 몇 개월의 연수만으로는 선무당만을 생산할 뿐이다.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최덕규 변리사의 특허 이야기" 연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