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변리사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 ⑤

공평하지 못한 변리사 시험

2018-02-12 10:54:52 게재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변리사는 시험에 의하여 선발하는데 시험은 해마다 한번 치러진다.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뉘어지는데, 2차 시험 선발인원이 약 200명이고, 1차 시험은 2차의 합격자의 약 5배수를 선발하니 약 1천여명이 합격한다. 2차 시험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2차 시험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2차 시험이 공평하지 못하여 운(?)이 좋으면 쉽게 합격할 수 있다. 시험은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능력에 따라 합격여부가 달라져야 하는데, 운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공평한 시험이라 할 수 없다.

2차 시험은 모두 4개의 과목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 3개는 공통과목이고 하나는 선택과목이다. 이 네 과목의 점수를 합산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시키게 된다.

발명기술을 취급하는 변리사는 업무특성상 기계공학분야, 화학공학분야, 전기전자분야, 바이오생명과학분야로 구분된다. 변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들 중의 한 분야를 대학에서 전공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전공한 분야의 과목을 하나 선택하는데, 그것이 선택과목이다. 선택과목은 위 기술분야를 대표하는 과목들로 모두 19개 과목이 있다. 열역학, 유기화학, 전기자기학, 회로이론, 분자생물학 등이 그중의 일부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전공분야의 과목을 하나씩 선택하여 시험을 치르고, 그 점수를 공통과목과 합산하니 시험이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마치 어떤 사람은 영어를 선택하고, 다른 사람은 수학을 선택한 후, 고득점자가 우수하다고 선발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 얼마나 공평하지 못한 시험인가. 그래서 운좋게 자기가 선택한 과목이 쉬우면 합격할 확률은 아주 높아진다. 특정 과목이 쉽게 출제되면 그 과목 선택자가 많이 합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년전에 회로이론 과목의 선택자가 절반에 가깝게 합격한 경우도 있었다.

각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취급하는 전문가들이 이처럼 공평하지 못하고 운에 따라 합격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특허청이나 변리사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단순히 이 시험제도를 일본으로부터 가져왔고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변리사들은 자신들이 이미 합격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태도다.

한 예로 미국의 변리사 시험은 우리의 선택과목과 같은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대신 각 이공계 분야에서의 대학 졸업증을 인정해준다. 전공분야가 다른 사람들을 모아놓고 시험을 치른다는 자체가 합리적인 일이 못된다. 굳이 시험을 치른다면 선택과목 만큼은 패스(PASS) 또는 페일(FAIL)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공평하지 못한 우리의 변리사 시험제도는 지난 50여년간 지속되어 왔다. 언제 공평한 시험제도가 시행될지는 아직 기약이 없다.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최덕규 변리사의 특허 이야기" 연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