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변리사의 특허 이야기 ⑦

변리사 시험의 문제점

2018-03-12 10:42:41 게재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변리사 시험에서 선택과목의 문제점을 지적한 필자의 본지 기고(2018년 2월 12일자 21면 참조)에 대해 특허청은 '2018년 시험부터 선택과목을 패스/페일(pass/fail)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허청은 해명자료에서 "2012년부터 문제를 논의해 2014년말 변리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선택과목간 편차문제 개선을 논의해 2018년 시험부터 선택과목 패스/페일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거의 40~50년 동안 시행해왔던 불공평한 선택과목 시험이 이제라도 올바르게 개선되었다 하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선택과목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변리사 시험은 아직도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어느 정도 전문적인 것들이고 지면관계상 모두 설명할 수 없기에 중요한 하나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불필요한 시험과목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1차 시험에서 산업재산권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 영어 4과목의 시험을 치르는데 이중에서 자연과학개론이 변리사의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과목이다.

자연과학개론의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4과목으로 이루어진다. 이공계 과정의 기본 4과목으로 이루어진 자연과학개론이 왜 변리사의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변리사 업무는 크게 발명기술을 다루는 특허업무와 브랜드를 다루는 상표업무로 구분된다. 상표업무는 특정 분야의 이공계 지식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특허업무를 대리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허업무를 하는 변리사는 전공 기술분야에 따라 네 분야, 즉 기계공학분야, 화학공학분야, 전기전자분야, 바이오생명과학분야로 구분한다. 변리사라면 최소한 이 네 분야 중에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그 분야의 특허업무를 할 수 있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기계공학, 화학공학, 전기전자, 바이오생명과학 분야의 특허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계공학, 화학공학, 전기전자, 바이오생명과학에 관한 지식은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서의 소정의 교육을 통하여 습득될 수 있는 것이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변리사 시험의 의도와 같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기계공학, 화학공학, 전기전자, 바이오생명과학분야에 대한 특허업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특허제도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다. 변리사가 자연과학개론을 공부했다고 해서, 자기 전공분야 외의 특허업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기전자분야의 변리사가 바이오생명분야의 발명을 처리할 수 없고, 기계분야 변리사가 화학공학 발명을 처리할 수 없다. 이해도 되지 않고 소통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이루어진 자연과학개론은 변리사 실무 능력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수험생으로 하여금 불필요하고 과중한 부담만을 줄 뿐이다.

특허청은 선택과목의 문제점 하나를 논의하는 데 2년을 소모했고, 그것을 개선하기까지 6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보냈다. 이대로라면 특허청이 자연과학개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십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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