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다산에게 길을 묻다│전남 순천시 '생태관광' 제3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걸작 '순천만 국가정원'

2018-03-30 11:33:26 게재

세계가 주목한 생태보고 … 관광객 1000만 시대 열어

전남 순천이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꿈꾸고 있다. 순천이 생태수도를 자신하는 이유는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이 있어서다. 생태수도 이미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도시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 순천은 전남도가 최근 발표한 '2035년 22개 시·군 장래인구 추계'에서 전남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 것으로 전망됐다.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성장할 수 있는 장기 구상까지 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 국가정원에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진 순천시 제공


널찍한 갯벌에 흑두루미 난다 = 순천만은 지난 2006년 국내 연안습지 중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될 정도로 세계가 주목한 생태의 보고다.

이곳에선 널찍한 갯벌과 은빛 파도가 요동치는 갈대군락,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흑두루미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순천만의 보배인 갯벌과 갈대는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주민들은 논을 만든다는 명분을 내세워 갈대에 불을 질렀고, 둑을 만들어 간척까지 했다. 심지어 순천만 초입에서 골재까지 채취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순천만 습지 100㏊가 사라졌고, 흑두루미 등 겨울 철새가 순천만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순천만 보존에 앞장섰던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동사연) 등 시민단체들이 여기에 반발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1998년 9월 마침내 골재 채취가 중단됐다. 이 사건이 순천만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보존의 실마리를 만든 순천만은 지난 2006년 질적 도약을 이룬다. 순천시가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을 시정 최고 목표로 삼으면서부터다.

순천시는 전담 부서를 만들어 순천만 인근 식당과 매점 등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켰다. 또 순천만으로 연결된 농로를 폐쇄해 차량 진입을 막았다. 낚싯배도 보상하고 순천만 초입인 대대포구를 정비했다. 철새 도래지를 보호하기 위해 인근에 있는 전봇대를 모두 없애고 지중화 했다. 쉽지 않았던 노력 덕분에 습지 1.2㎢가 늘어났고, 200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됐다.

순천만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폭증했다. 2002년 10만명에서 2006년 70만명, 2010년 300만명으로 늘었고 '하늘이 내린 생태의 보고'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했다. 장채열 동사연 소장은 "순천만은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230종에 이르는 철새들의 천국"이라며 "수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다"고 강조했다.

세상의 모든 정원 한 곳에 = 순천만 국가정원은 애초 순천만 보존을 위한 완충지대로 고안됐다. 그렇지만 '순천만 정원박람회'가 성공하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명소로 변신했다.

순천만정원은 세상의 모든 정원을 만날 수 있는 55만8000㎡ 규모다. 이곳에는 독일 등 세계 10개국 명품 정원이 조성됐다. 또 국내외 작가 등이 참여해 50여개 테마정원을 조성했다.

테마정원에 들어선 '환상의 정원'은 꽃과 나무로 사계절을 표현했다. 또 순천만 바람언덕은 바람이 전하는 지구의 정원 이야기를 전달한다. 국내정원은 창덕궁에 있는 부용정을 본뜬 '궁궐정원'과 소쇄원을 연상시키는 '선비정원', 어머니의 소망이 담긴 '소망정원' 등으로 꾸며졌다. 생태수도에 걸맞게 수목원과 국제습지센터도 들어섰다. 25만3000㎡ 규모로 조성된 수목원은 편백 숲과 철쭉원 등으로 채워졌다. 국제습지센터는 온전한 연안 습지와 순천만 생태를 실물로 재현했다. 봄이 되면 형형색색의 꽃 1억 송이를 전시해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다.

순천시는 정원박람회 성공으로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했다. 순천을 찾는 관광객은 정원박람회가 열린 2013년 982만9526명에서 2016년 791만7955명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906만6764명으로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순천만정원에서 만난 이윤희(68·부산 사하구)씨는 "순천만정원이 좋다고 해서 멀리 부산에서 왔는데 나무와 볼거리가 많아서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다.

도시경쟁력을 높인 잡월드 = 순천만정원 인근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 '잡월드'가 만들어진다.

순천만 잡월드는 호남과 충청, 경남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경기 성남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성되는 잡월드는 소방관과 경찰, 항공기 조종사, 응급구조사 등 각종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3차원(3D) 프린터 개발연구소와 항공우주연구원, 에너지연구소, 로봇개발연구원, ICT융합연구소 등 4차 산업혁명과 심화 체험학습이 가능하게 꾸며진다. 순천시는 잡월드가 완공되는 2020년 '4차 산업혁명 박람회'를 개최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들 예정이다. 6개월 동안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박람회는 4차 산업혁명 콘텐츠 전시, 학술 및 기술교류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진행된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순천은 생태와 치유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성장할 수 있는 도시 경쟁력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면서 "구도심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이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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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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