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이야기│⑯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

기업회생 딛고 부활한 '벤처신화'

2018-04-11 10:12:04 게재

'초고압 스팀다리미' 등 신제품 출시 … 직접판매와 렌탈로 홈쇼핑 탈피

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을 공부했다. 첫 직장은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무국이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미국의 호텔과 부동산개발회사에서도 일했다.

한경희생활과학 대표가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듀오스팀' 성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해외생활을 접고 1997년 귀국했다. 늦은 나이 고시에 합격, 늦깎이 교육인적자원부 사무관이 됐다.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2년 만에 끝냈다. 1999년 '스팀청소기'라는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나이 36세.

많은 고생 끝에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를 완성했다. 대박을 쳤다.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스팀청소기는 900만대 가량 판매됐다. '스팀 청소기'는 미국 홈쇼핑 채널 QVC에서 7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매출도 급신장했다. 창업 11년째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08년 11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주목할 만한 여성기업인 50인'에 선정됐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했다. '여성벤처기업 1호'로 불리며 여성벤처인의 롤모델이 됐다. '주부 성공신화'로 유명세를 탔다.

잘 나가던 '신화'는 신규사업 실패로 위기에 빠졌다. 결국 2017년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매출은 150억원으로 줄었다. 100여명이던 직원도 50여명으로 줄었다. 올 3월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다.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4개월만이다.

'여성벤처 신화'로 불리는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의 고난한 경영 이야기다.

한 대표는 10일 '여성벤처 신화'의 부활을 알렸다. 한 대표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며 '제2 도약'을 선언했다.

한 대표는 "많은 분들께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삶을 편하게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단단한 회사를 만드는데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이 내놓은 신제품은 초고압 스팀다리미 '듀오스팀'이다. 듀오스팀은 스팀다리미와 열판다리미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한 대표는 "세탁소 다리미만큼의 강력한 스팀분사력을 갖춰 옷감 구김을 쉽게 펼 수 있고, 칼주름 다림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듀오스팀은 1리터의 대용량 물통을 적용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신제품인 물걸레 청소기는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방송돼 판매가 크게 늘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비용이 많이 드는 홈쇼핑 중심의 판매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위기를 겪으며 배운 값비싼 교훈이다.

한 대표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을 내는 것"이라며 "기틀을 다지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모든 제품들을 직접 판매 방식으로 유통할 계획이다.

직접판매방식이란 렌탈, 대리점 판매, 다단계 방식의 네트워크 판매, 방문 판매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 대표는 이같은 판매방식을 위해 500~600명 정도의 영업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대량으로 판매하지 않고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설명하고 구매하도록 하는 유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렌탈(임대)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서비스 인력을 확보해 물걸레 청소기 등 신제품을 렌탈로 판매할 예정"이라며 "올 첫해는 렌탈 비중이 2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벤처 신화' 한경희 대표에게 직면한 과제는 기업을 조속히 재건하는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남은 채무(70억~80억원)도 상환해야 한다. 한 대표는 올해 매출을 500억~600억원으로 조심스레 예상했다.

"어려운 상황을 지나오면서 고객들의 신뢰에 커다란 용기와 힘을 얻었고, 한경희생활과학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한 대표는 "앞으로 성원해 준 고객을 잊지 않고 혁신의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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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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