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커피 매출 1조원의 그늘

재벌기업과 외국브랜드의 만남

2018-04-18 10:48:56 게재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차별 출점 … 규제사각지대, 소호 커피점 '울상'

지난해 서울 강남 신사역 주변 대형 스타벅스커피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인근 300m이내에 스타벅스커피 대형매장이 있고 바로 옆 건물에는 다른 커피브랜드 가맹매장이 있었지만 스타벅스커피는 과감하게 영업을 시작했다. 스타벅스커피 영업이 시작되자 다른 커피브랜드 가맹매장은 문을 닫았다. 스타벅스커피 공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커피업계 공룡으로 불리는 스타벅스커피의 과도한 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 역삼역과 선릉역 일대 스타벅스커피 매장. 대로변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매장이 몰려 있다. 사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홈페이지 참조


18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를 운영하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신세계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50대50 지분을 나누어가지고 있다. 경영 전반은 신세계가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2630원으로 전년(1조20억원)대비 26.0% 늘었다. 영업이익은 1144억원으로 전년(852억원)대비 34.2% 증가해 최대 실적을 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국 327개에 불과했던 스타벅스커피 점포 수는 2013년 500호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1140호점을 넘어섰다.

스타벅스커피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벌기업과 외국계 만남의 절묘한 조화라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이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백화점 이마트 쇼핑몰 대규모 유통센터를 조성하면 제일 먼저 들어서는 매장이 스타벅스커피다.

스타벅스커피 출점 전략은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해 초반 매장수를 키운다. 충성고객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한다. 그리고 바로 인근에 스타벅스커피 매장을 열어 상권을 장악하는 순으로 전개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선릉역 1구간 사이만 하더라도 큰길 양옆으로 스타벅스커피 매장이 11개가 들어서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스타벅스 출점전략을 '압박출점'이라고 부른다. 압박출점은 주변 동종업계를 무너뜨리게 만든다.

한 집 건너 한 집 스타벅스커피 출점 배경에는 국내 커피 소비자 음용행태도 한 몫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대부분이 커피 브랜드 충성도보다 행동반경과 가까운 커피집을 찾는다"며 "스타벅스커피는 이런 소비행태를 파악하고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출점수를 늘린다"고 말했다. 이런 출점 전략으로 서울 강남구에만 매장이 70여곳에 달한다.

대기업 빵집 등은 법적 규제를 받고 있지만 스타벅스커피는 아무런 규제 없이 무한 출점이 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빵집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동네빵집이 있으면 반경 500m 이내에는 대기업 빵집이 들어설 수 없지만 커피전문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빠져 있다. 또 스타벅스커피는 모든 매장이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어 가맹사업거래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일부 건물주는 1층에 스타벅스커피가 입점하면 건물가치가 높아진다고 판단, 스타벅스커피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점도 스타벅스커피 매장이 늘어나는 이유다. 스타벅스커피는 이를 이용해 역세권을 본딴 일명 '스세권'(스타벅스 상권)을 만들어 건물주에게 갑 행세를 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최근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대형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게 스타벅스커피는 1층에 입점하면서 별도의 출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별도 출구를 낼 경우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하고 건축물 안전에도 문제가 있었다. 건물주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스타벅스커피는 입점계획을 철회했다. 이외에도 스타벅스커피는 다양한 임대방식을 제시하며 건물주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해외 브랜드를 가져와 국내 소호 커피시장을 말살시키고 있다"며 "최근에는 건물주 위에 스타벅스커피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스타벅스커피 매장은 대형매장으로 주요 상권 중심으로 매장을 열고 있어 골목상권을 잡아 먹고 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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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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