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낙경·허선희 '마을예술네크워크' 이사

'주민 운영기법+서울시 협치'가 성공요인

2018-04-25 11:15:09 게재

마술소 성장돕는 법인 발족

지원금보다 공간안정 필요

"민관 협치라고 하잖아요? 행정을 이해하는 정도는 된 거 같아요. 주민 입장에서 설득하고." "서울시 민관협력사업 가운데 협치는 우리가 으뜸일 걸요."

성낙경(사진 오른쪽)·허선희(왼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가 주거니 받거니 입을 모은다. 올해 신규 마술소 선정때만 해도 마술소 운영위원회에서 지역별로 나뉘어 상담역을 도맡았고 면접심사 지원도 했다. 허 이사는 "서울시 문화정책과에서 총괄한다고 모두 맡겨버리면 신경써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사연을 말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성과는 아니다. 첫 공간지원 사업이 끝나면서 마술소 자체가 없어질 위기도 있었다. 운영자가 마련한 공간이건, 지자체에서 지원한 유휴공간이건 이미 공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있어 마음대로 문 닫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운영위원회는 물론 회원들까지 마술소 역할을 다시 고민하고 해답을 찾았다.

"동네 친구를 만나고 장보러 시장가는 길에 들르는 공간, 돈을 내고 예술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서로 어우러지면서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공간이에요. '주민이 운영한다'는 마술소 취지를 매번 학습하게 됩니다."

허선희 이사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싶었다"고 말했다. 2년간 공간을 잘 꾸린 마술소에 프로그램 운영비를 최대 3년간 지원해달라고 서울시를 설득했다. 1년여 논의 끝에 지금 꼴을 갖추게 됐다.

성낙경 이사는 "주민들은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운영기법을 축적했고 서울시는 민간제안을 협치로 포용했다"며 "당초 사업을 설계한 문화기획 전문가와 공동으로 점검·자문하면서 사업을 탄탄하게 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규 신청·지정 마술소에는 젊은 공간 운영자가 여럿 눈에 띈다. 청년들이 '할 만하다'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또다른 성과다.

민간도 한걸음 나가 서울시 지원금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올해 초 출범한 마을예술네트워크다. 졸업한 마술소가 와해되지 않도록 거점 공간을 마련하고 공동사업을 시도해 서로를 지원한다. 서울시와 민간을 잇는 중간조직 역할을 하되 '권력화되지 않고 마술소 성장을 지원한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성낙경 이사는 "자치구별로 마술소가 4~5개씩만 있어도 일상예술이 자리잡도록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자치구에서 마술소 공간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원금보다 공간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공공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며 "서울시도 가능성 있는 기존 정책을 유지·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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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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