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정, 무너지는 사립대학 ②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OECD 평균의 60%' 불과

2018-04-30 12:42:45 게재

경쟁국 해마다 투자 늘리는데 우리는 줄어

대학·정치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요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감소한 가운데 대학들의 국제경쟁력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위기에 따른 교육여건 악화를 막기 위해 고등교육예산을 최소한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이른바 '반값등록금'으로 대표되는 등록금 억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재정난을,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국 예술대학생들로 구성된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의 계열별 차등 등록금 실태 고발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회원국 평균(1만6148달러·이하 PPP(구매력평가) 환산액)의 59.3%(9570달러) 수준이다. 비교 대상 국가 34개국 중 29위(2014년 기준) 수준이다. 공교육비 중 정부지원에 해당하는 공공재원은 OECD 평균의 28.8%(31위)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OECD 회원국들의 공교육비 총액이 증가하는 데 우리는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국내 공교육비 총액은 2011년 OECD 평균의 71.1%에서 지난해 59.3%로 줄었다. 반면 고등교육 민간재원 부담비율은 2014년 기준 OECD 평균(4843달러) 대비 130.4%(6316달러)에 달한다.

이에 대해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재원 부담율을 보면 열악한 재정투자 현황을 알 수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민간재원 부담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 인하·동결을 유도하면서도 대학운영을 위한 재정확보의 책무는 법인과 대학에 떠넘기며 방관했다"면서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과거부터 공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동일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대학 서로 다른 셈법 = 정부는 고등교육예산 총액(2016년 기준)을 13조9611억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학들의 셈법은 다르다. 대학들은 가계소득수준에 따라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등 학자금지원사업비의 경우 복지예산 성격이라 고등교육예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의 학자금지원사업비는 3조9912억여원에 달한다. 특히 고등교육예산 대비 국가장학금 규모는 2011년 10.3%에서 2016년 43.7%로 증가했다. 정권마다 OECD 평균을 약속했지만 실질 고등교육예산은 약 9조9699억원으로 2011년 GDP대비 0.58%에서 0.61%로 5년간 0.03%p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부예산대비 2.94%에서 3.02%로 0.08%p 증가했다. 결국 실질 고등교육예산은 OECD 평균 1.1%에 비해 턱없이 낮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립대 경상경비 지원 사업비와 국·사립대 일반지원사업비 규모가 줄었다. 고등교육예산의 국립대 경상운영비 지원사업 비중은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반값등록금 정책) 도입 직전인 2011년 44.6%에서 2016년 30.9%로 13.7%p 감소했다. 사업비 명목금액도 연도별 증감 변화가 있지만 2조9938억원에서 2조7474억원으로 2464억원 줄었다. 일반지원사업비의 비중은 45.1%에서 25.4%로 19.7%p 감소했으며 명목금액은 3조 270억원에서 2조2585억원으로 7685억원 줄었다.

여·야 모두 교부금법 발의 = 사립대학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2016년 세입결산 기준 사립대학의 교비회계 총액 대비 국고보조금 비율은 15.1%(2조8435억원)이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의 72.1%에 해당하는 국가장학금(2조508억원, 교비회계 총액의 10.9%)을 제외하면 실질 규모는 7927억원으로 4.2%에 불과하다. 실질 재정지원 축소 등으로 인한 재정난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트려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실제로 스위스 국제개발경영연구원(IMD) 대학교육경쟁력 순위에서 2011년 39위였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53위를 기록했다. 2011년 17위였던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의 고등교육 및 훈련 순위는 지난해 25위였다.

재정난에 대한 볼멘 소리가 확산되자 정부도 대학재정지원사업 지원 방식을 개편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원받는 정부 예산을 쓸 수 있는 용도가 까다롭게 제한됐으나 앞으로 대학이 사업을 설계하고 인건비 등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정권과 장관에 따라 재정지원 정책이 바뀌는 불안정성 해소가 먼저라고 지적한다. 호남지역 한 사립대 총장은 "예산규모를 예측할 수 없고, 정책적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지원 여부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번 개편도 정부 의지에 따라 큰 어려움없이 가능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개편도 엄밀히 따지면 순수한 의미의 지원정책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거속화하려는 배경에서 마련된 것"이라면서 "지난 정부 때보다는 나아지겠지만 무한경쟁과 출혈 대응투자로 인한 대학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와 정치권은 대안으로 GDP의 1% 내외 또는 내국세의 8~10%를 고등교육지원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들은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에 대해서도 대학운영에 필수적인 경상비를 일정부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학생 1명을 교육시키기 위한 최소 경비에 학생 또는 학생과 교원 숫자를 고려해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대교협도 지난 1월 열린 총회에서 5년간 매년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3년까지 고등교육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만드는 '고등교육재정의 단계적 확충모델 정책'을 제안했다. 또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도 촉구했다.

가장 최근 법안을 대표발의한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규모는 OECD 평균보다 크게 떨어지고 매년 지원이 불안정하다"면서 "이로 인해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균형발전, 대학의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안정적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 여건은 정부의 투자 부족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교부금법을 제정해 OECD 평균 수준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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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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