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채위기 '파멸의 올가미(Doom Loop)'에 빠지나

2018-05-30 12:05:38 게재

유로존 재정위기 재발 조짐

'파멸의 올가미'(Doom Loop)가 다시 한번 이탈리아를 위협하고 있다. 파멸의 올가미란 재정이 취약한 정부를 위해 국채를 대규모 사들인 은행권이 부실해지고 이런 은행들을 지원하다 정부 재정이 다시 취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2010~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온라인매체 울프스트리트는 29일 "파멸의 올가미는 특히 유로존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개별통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4%p 이상 급등해 3%를 상회했다. 2010~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PIGS(포르투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지목된 국가들의 국채 금리도 역시 동반 상승했다. 이탈리아 국채 리스크 프리미엄은 지난 주말 20bp(0.20%) 오른 212bp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3대 은행이었던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PS)를 필두로 한 여러곳의 은행들이 붕괴 직전까지 갔던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다.

구제금융으로 회생한 MPS의 최대주주는 정부다. 새로 들어선 이탈리아 정부는 MPS 경영진을 물갈이하려 한다. MPS 주가는 지난 2주 동안 20% 하락했다. 1위인 우니크레디트 은행과 2위인 인테사 상파울로 은행의 주가는 같은 기간 각각 10%, 18% 떨어졌다. 관건은 어느 은행이 얼마만큼 이탈리아 국채에 노출됐느냐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금융권은 전체 자산의 약 20%를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 IESEG 경영대 경제연구소장인 에릭 도르의 연구에 따르면 은행의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기본자기자본'(tier-1, 자본금+자본준비금+이익잉여금)의 100%를 초과하는 액수의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만 10곳에 달한다.

여기에는 1,2위 은행인 우니크레디트와 인테사 상파울로가 포함돼 있다. 우니크레디트는 기본자기자본의 145.49%, 인테사는 145.25% 만큼의 국채를 보유중이다.

현재 규모 3위 은행인 방코BPM은 기본자기자본의 327%, MPS는 206%, BPER방카는 176%, 방카 까리제는 151% 상당의 국채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탈리아 국채에 노출된 은행이 이탈리아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의 2017년 투명성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금융권은 440억유로의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 금융권 역시 290억유로의 이탈리아 국채를 갖고 있다.

프랑스 최대 은행은 BNP파리바는 160억유로,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파산했다가 구제금융으로 되살아난 프랑스-벨기에 합작은행 덱시아는 150억유로의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중이다.

중간 규모인 스페인 은행인 방코 사바델의 노출액은 105억유로다. 이는 방코 사바델 고정자산 총액 263억유로의 40%에 육박하는 것이고 기본자기자본의 1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캐나다 은행인 RBC캐피털마켓츠는 최근 "유럽 금융감독청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채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은행은 우니크레디트와 방코 사바델, 인테사 상파울로"라고 지적했다.

국채 리스크 프리미엄이 10bp 오를 때마다 방코 사바델의 기본자기자본은 2800만유로씩 잠식된다. 이달 15일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연정 계획을 밝힌 이후 이탈리아 국채 리스크 프리미엄은 81bp 상승했다.

"스페인도 위기 감염 우려"로 이어짐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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