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광역 14곳, 기초 151곳' 압승

2018-06-14 11:14:18 게재

지방선거 유권자 표심은 '야당심판'

한국당 대구·경북 수성했지만 참패

평화당 '호남서 기초 5곳' 겨우 명맥

6.13 지방선거 유권자 표심은 야당심판을 선택했다. 여당 쏠림현상이 사상 유례없이 뚜렷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151곳에서 이겼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경북 2곳을 지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기초단체장도 겨우 53곳에서 이겼다. 대전·울산에서 민주당이 광역·기초단체장을 싹쓸이했고, 경북 구미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단체장이 나왔다. 제주도는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수도권·강원 지방의원까지 '싹쓸이' =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광역단체장 3곳을 싹쓸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각각 6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이며 한국당 후보들을 가볍게 제쳤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민주당이 66곳 중 34곳에서 이겼다. 한국당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 가평·연천군, 인천 강화군 4곳에서만 당선돼 명맥을 유지했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지방의원 선거에도 나타났다. 서울시의원 선거에서는 모두 100곳의 지역구 의원 가운데 97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도는 129곳 중 128곳, 인천은 33곳 중 32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다. 한국당은 기초단체장 당선자 수보다 하나 더 많은 5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해도 서울·경기·인천 모두에서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강원도도 상황이 비슷하다. 도지사 선거에서는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18개 시·군 가운데 11곳에서 승리했다. 민선 6기 에는 2명 뿐이었다. 반대로 한국당은 기존 15곳에서 5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동해시장·횡선군수 2곳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강원도의원 선거에서도 전체 46석 가운데 민주당이 32석, 한국당이 11석을 각각 얻었다.

강원도에서 보수진영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9석을 싹쓸이한 데 이어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8석 중 7석을 석권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는 18개 시장·군수를 모두 이겼다. 이처럼 보수 쪽으로 쏠린 강원도 표심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충청 기초단체장 2/3 민주당 = 충청권도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4개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도 2/3 이상을 석권했다. 광역의원은 일당독주체제가 만들어졌다. 민주당 계열 정당이 충청권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을 석권한 것은 처음이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이변이 없었다. 예상대로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세종시장 이춘희 후보, 충남도지사 양승조 후보, 충북도지사 이시종 후보가 당선됐다.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충청권 전체 31곳 가운데 23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대전은 구청장 5곳을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득표율도 60% 전후로 야당을 압도했다. 충북은 11곳 가운데 7곳에서 민주당이 이겼고, 한국당은 충주시 등 4곳에 당선되는데 그쳤다. 충남은 민주당이 전체 15곳 가운데 11곳에서 승리했다.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독주했다. 대전과 세종은 광역의원 지역구 선거 전체를 민주당이 석권했다. 한국당은 이들 지역에서 1명씩 비례의원만 진출하게 됐다. 한국당이 다수당이었던 충남과 충북 역시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충북도의회 32석 가운데 28석을 차지했다. 한국당은 4석에 그쳤다. 인권조례 폐지를 놓고 마찰을 빚은 충남도의회는 전체 의석 가운데 3/4을 차지하던 자유한국당이 몰락하고 민주당이 승리했다. 전체 42석 가운데 민주당이 33석, 한국당이 9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민선 7기에 인권조례 재추진을 약속했다.

◆호남, 무소속 7곳 평화당 5곳 당선 = 호남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선전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3곳에 이어 광주 기초단체장 5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전남은 22곳 중 14곳, 전북은 14곳 중 10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은 전남 여수·광양·장성·장흥·신안에서 각각 승리했다. 전북 무주·임실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 선전은 집단 탈당으로 이어진 '민주당 공천파동'과 지역에 밀착한 활동이 어우러진 결과다. 전남지역 무소속 후보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8명이나 당선됐다.

기대를 모았던 민주평화당은 전남 고흥·해남·함평과 전북 익산··고창에서 각각 당선돼 당의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특히 평화당이 총력전을 펼쳤던 전남 목포시장 선거에서도 김종식 민주당 후보가 현역 시장인 박홍률 평화당 후보를 292표 차이로 이겼다. 평화당은 박지원 의원 지역구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시장 선거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도 져서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됐다.

◆PK, TK과 다른 길 선택 = 부산·울산·경남(PK)은 지난 1990년 3당합당 이후 사라졌던 '진보·개혁성'을 복원했다.

민주당은 오거돈·송철호·김경수 광역단체장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지방의원 선거까지 석권했다. 우선 광역단체장 세 사람은 모두 여러 차례 도전 끝에 감격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 당선인은 시장 도전만 4번째다. 송 울산시장 당선인은 8전 9기다. 1992년 총선에 도전한 후 시장 2번을 포함 모두 8번 선거에 출마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김 경남도지사 당선인도 2번의 총선과 2번의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고 모두 재수에 성공했다.

경남 김해 등 일부를 제외하고 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에서 기초단체장을 처음 배출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싹쓸이했다. 부산 16개 구·군 중 13곳, 42개 시의원 중 38곳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은 기초단체장 5곳을 모두 석권했고, 시의원도 19곳 중 15곳에서 이겼다.

경남 역시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근소하게 이겼던 균형추가 무너졌다. 민주당은 18개 시·군 가운데 창원·고성·김해·통영·거제·양산·남해 등 중·동부권 대도시와 연안 시·군 7곳에서 승리했다. 이들 도시는 경남 인구의 57%를 차지한다. 지역구 경남도의원 52곳 가운데 민주당이 31곳, 한국당이 19곳, 무소속이 2곳을 각각 차지했다.

◆한국당, 안방 대구·경북도 겨우 지켜 = 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보수정당의 명맥을 겨우 유지했다. 한국당 '대구·경북'이라는 섬에 갇힌 모양새다. 한국당은 과거와 달리 이 지역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권영진 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4년 전 얻은 55.95%에 못미치는 53.73%다. 반면 임대윤 민주당 후보는 4년 전 김부겸 후보 득표율(40.33%)에 근접한 39.75%를 기록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지원을 사실상 피해가며 대구시장 재임 4년 평가와 인물론으로 선거전을 치른 권 후보는 대구지역 8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7곳을 승리로 이끌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성군 1곳은 한국당에서 탈당한 무소속이 차지했다.

경북도지사 선거결과도 대구시장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선이 확정된 이철우 한국당 후보는 52.11%의 득표율에 머물렀다. 23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이변을 연출했다. 구미시장 선거에서 장세용 후보가 승리했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민주당 소속 후보로는 처음으로 경북지역 기초단체장으로 당선됐다. 김천·안동·영천·봉화·울진 5곳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4년 전 선거 때는 상주·청송·군위 3곳을 뺀 20곳에서 한국당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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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윤여운 방국진 최세호 차염진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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