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에서 깨지는 '은산분리 규제'

2018-08-24 11:18:10 게재

"예기치 않은 부작용 발생

몇몇 행위규제로 못 막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와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으려고 세워 놓은 '은산분리 규제'가 문재인정부에서 깨지게 생겼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24일 오후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 심사에 착수했고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로 인한 부작용을 막으려고 1961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 조치법'으로 시작된 은산분리 규제가 57년 만에 막을 내릴 상황에 처했다.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기업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제한하고 대기업 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논의의 중심축은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인데, 여기에는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와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의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몇가지 보완 장치로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라는 큰 벽을 허물면 이런 조치만으로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ICT기업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의 진출도 막을 수 없다"며 "정부가 인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ISD(투자자-국가간 소송)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소유를 규제한다는 것은 한두가지 행위규제만으로 예상되는 또는 예상되지 않는 문제들의 발생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대출 등을 못하니까 소유 규제를 풀어도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삼성의 경우 과거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산업 진출을 위해 금융계열사들이 기아자동차 주식을 8%까지 매집한 사례가 있다"며 "자산운용규제를 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수많은 계열사들에 대한 대출을 막는다고 해도 개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뤄지는 대출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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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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