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①

최초 냉장고는 2층집 크기

2018-11-07 11:24:25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올해 발명의 날을 맞아 특허청 페이스북 친구들이 뽑은 세계 최고 발명품에 냉장고가 선정됐다. 요즘에야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냉장고가 탄생한 것은 불과 160여년 전의 일이다. 1차산업혁명으로 강이 오염되고 전염병까지 유행하자 그동안 식용으로 사용하던 천연얼음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영국에서 등장했다.

당시 영국은 발명공개의 대가로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제도를 세계 최초로 운영했다. 그 덕분에 기술이 영국으로 모여들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856년 제임스 해리슨이 에테르를 냉매로 사용하는 냉장고로 영국에서 특허를 받았고, 6년 뒤 시제품을 런던국제박람회에 전시하면서 '냉장고'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냉장고는 2층집 정도로 거대해서 화물선에나 설치되었기에 이후 발명가들은 냉장고 크기를 줄이는데 집중한다.

냉장고 기술은 2차산업혁명 무렵 미국으로 건너간다. 당시 미국도 특허를 장려하는 정책을 폈고 기업들은 특허를 활용해 시장 우위를 점하려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제너럴 일렉트릭사가 1911년 전기를 이용하는 가정용 냉장고 특허를 확보했다. 그 후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냉장고의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오늘날의 냉장고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은 1930년대에 이르러서 프레온 냉매를 사용한 캐비닛 모양의 냉장고가 등장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특허받은 제임스 해리슨이 개발한 냉장고.


이후 변화를 거듭하던 냉장고는 오늘날 음식 보관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똑똑한 냉장고'로 변신하고 있다. 냉장고분야 국내 특허출원 1, 2위를 차지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최근 사물인터넷으로 가전제품들과 연결되고 인공지능으로 똑똑해진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쯤 되면 주방 일을 냉장고가 알아서 해 주는 시대도 멀지 않아 보인다.

냉장고의 탄생과 진보에 특허제도가 숨은 원동력이 되었듯이, 필자는 새롭게 등장하는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에도 특허제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특허청은 4차산업혁명 관련 특허를 전담할 심사 조직을 신설하고 제도를 정비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특허제도를 운영하려 한다. 머지않아 새롭게 탄생할 또 다른 최고의 냉장고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박원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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