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별기획 - 국책연구기관장에게 듣는다│장지상 산업연구원장

"혁신성장 담은 한국산업 2030 비전 제시"

2018-11-20 11:22:31 게재

4차 산업혁명에 새로운 산업발전 전략 필요

"현장과 소통하며 업종연구 역량 키울 것"

산업 디지털화 … 중소기업 혁신역량 강화해야

"혁신성장과 산업정책의 전망을 담은 한국의 산업 2030 비전을 제시하겠다."

사진 이의종

장지상(사진) 산업연구원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산업발전 전략과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연구원의 업종별 연구역량을 높이고 산업정책 수립 지원 기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 경쟁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 중심 성장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그는 "산업이 디지털화하면 원료부터 소재, 부품, 제조, 마케팅 등 가치사슬이 빠르게 연결돼 대기업 혼자서 다 할 수 없게 된다"며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과의 인터뷰는 19일 내일신문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데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우리나라 제조업은 2000년대 연평균 9~10%의 고도성장을 해왔으나 2010년대 들어 2.5~3%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의 경우 2010년 467억달러였던 수출액이 2016년 330억달러로 급감하면서 구조조정을 겪고 있고, 디스플레이도 2010년 수출 204억달러의 효자산업이었으나 2017년 146억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자동차도 2000년대 수출증가율이 13.4%에 달했으나 2011년 이후 2.5%로 크게 낮아졌다.

조선의 경우 그래도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해선 경쟁력이 있다. 올해는 전체 LNG선 물량의 50~60%를 수주했다. 디스플레이도 LCD패널은 중국이 따라와 어렵지만 OLED쪽은 아직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다.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고 고용도 많아 자동차산업이 어려워지면 사회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 경쟁력 약화 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얘기하면 중국의 급부상이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중국이 훨씬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브랜드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국 화장품이 한류를 타고 중국 중저가 로드숍에서 많이 팔렸는데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면서 이제는 선진국의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 중저가 화장품은 중국 자국 상품에 밀리고 있다.

■ 한국경제의 내부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경제가 대기업 주도로 성장해오다 보니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하다. 대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면 중소기업들은 거기에 맞춰 부품이나 소재 등을 납품하는 역할만을 해왔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로 인해 기술혁신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약화시켜온 원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산업생태계는 허리가 부실하다. 산업패러다임이 디지털로 전환되면 원료부터 소재, 부품, 제조, 마케팅, R&D 등 가치사슬이 빠르게 연결된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대기업 혼자서 다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이 강화돼야 된다.

■ 산업패러다임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기에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산업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우선 주력산업의 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신산업을 창출해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디지털 전환이다. 과거 포드주의에서 소품종 대량생산을 했고,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한 개의 제품을 싸게 만들어 공급했다면, 다품종 대량생산에서는 수요의 세그먼트별로 제품을 만들어 공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개인별 대량생산, 맞춤생산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갖추자고 했는데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수요에 맞추고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산업내 다른 기업들과 협업, 또 산업간 협업이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니 새로운 산업 발전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등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등장에 따라 새로운 산업발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산업발전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리나라는 어디에 위치해 있나.

4차 산업혁명은 'AICBM'으로 축약된다. A는 인공지능, I는 사물인터넷, C는 클라우드, B는 빅데이터, M은 모바일이다. 정보를 센서 같은 것을 통해 데이터로 만들어서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그렇게 모아진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최적화로 대응해 주는 기술이다. 과거 숙련공들이 감각적으로 하던 일도 이제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현실에서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데 대부분은 미국과 독일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일부 기업들이 무섭게 약진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서있다. WEF의 글로벌경쟁력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15위로 프랑스보다도 우위에 있다.

■ 우리가 특히 집중해야할 부분은

현재 우리가 장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기반을 두고 디지털화 해나가야 한다. 자기가 잘 하는 것에서 창의적인 게 나오지 않겠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새로운 것이다 보니 이에 기반한 비즈니스모델도 새로울 수밖에 없다. 기존 제도와 맞지 않는 게 많고 규제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그런데 규제를 풀려면 기존 기득권층과 마찰이 생긴다. 결국 정치에서 풀어야 한다. 사회 전체적인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공정경제가 토대가 되고 그 위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두 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이 혁신해도 그 성과를 공정하지 못한 거래질서 때문에 남에게 뺏긴다면 혁신을 하려 하겠나.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사실 분배 불평등을 좀 완화하자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조해서 소비하게 만들고 내수를 키우자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수요 견인이라면 혁신성장은 공급측의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수요만 늘리고 생산성이 따라오지 못하면 물가만 올라가게 된다.

다만 구체적인 전략이나 로드맵이 아직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보니 다소 모호하게 느끼는 것 같다.

■ 산업연구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나

10여년 전에 한국의 산업 2020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제 2030 비전을 제시하고자 낳다. 혁신성장과 산업정책에 대한 비전 등을 담아 국민들에게 제시해보고 싶다.

정부가 주력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창출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산업연구원이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산업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기능을 강화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연구진의 업종 연구 역량을 높여야 한다. 업종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데 있어 2가지 관점이 중요하다. 산업생태계 관점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관점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 산업의 위치가 어디인지, 또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 등이 잘 이뤄지는지, 또 이를 아우르는 거시적 차원에서 산업정책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덧붙여 업종 연구 역량을 높이는데 현장과의 밀접한 소통을 강조하려 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이 매번 현장이 갈 수는 없지 않나. 연구진들이 공장에도 가보고 업계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현장을 잘 반영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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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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