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②

국제특허는 없다?

2018-11-22 10:57:39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경기 종료 2초전 슛을 성공시키면 8점, 3점 라인 밖에서 던진 슛이 림이나 백보드를 맞지 않고 깨끗하게 들어가면 4점, 자유투를 실패하면 1점 감점. 지난 7월에 열린 남북 통일농구 덕에 많이 알려진 북한의 농구 규칙이다. 기발한 발상에 재미도 있었지만, 흔히 알던 국제규칙과 다른지라 어색함도 있었던 것 같다.

특허제도는 어떨까. 특허권도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어 나라마다 다르다. 특허권이 필요하면 받고자 하는 국가마다 각각 신청을 해야 하고, 각국 특허청은 독자적인 기준을 가지고 등록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기에 같은 발명이라도 나라마다 심사한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자국의 기술수준이나 산업정책 등에 따라 특허제도가 조금씩 다르게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국제특허'는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특허출원 절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허협력조약에 따른 국제특허출원은 모든 회원국에 동시 출원한 것과 같은 효과만을 가질 뿐이다. 즉, 특허 신청 절차만 하나로 통합해 약간의 편리함을 도모했을 뿐 특허권을 가지려면 각국의 제도에 맞는 심사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전경. 사진 특허청 제공


지난 6월 전 세계 특허 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의 특허청(IP5)장들이 모여 국가 간 공동심사라는 선도적인 실험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5대 특허청이 하나의 PCT 국제특허출원에 대해 공동으로 심사하는 최초의 사례다.

필자는 지난 10월 중국 특허청장을 만나 양국에 동일 발명을 특허출원한 경우 선행기술정보를 공유하고 심사도 우선적으로 해주는 프로그램(CSP)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과는 세계 최초로 특허공동심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런 특허제도의 국제적 조화를 위한 노력들이 우리기업에겐 특허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주면서, 우리 심사품질도 주요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초연결,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국경을 초월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런 합의들이 특허제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국제 지식재산 환경을 우리의 혁신 성장과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진정한 '국제특허' 제도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박원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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