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③

와인 리코르킹과 브랜드 관리

2018-12-10 11:47:36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오래된 와인은 세월이 흐르면서 코르크가 삭는다. 세월에 삭아 낡아진 코르크 틈새로 와인이 증발해 양이 줄거나 산화되어 변질될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작업이 리코르킹(Recorking)이다. 낡은 코르크를 교체하고 소실된 양만큼 새 와인을 채워서 와인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 수명을 연장시키는 작업이다.

기업의 브랜드 관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랜세월 강한 생명력을 유지해 온 글로벌기업들의 브랜드를 살펴보면 와인을 리코르킹 하듯이 취약해진 부분을 보강하고 소비자와 시장의 트렌드에 맞추어 새 모습으로 변신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한입 베어 먹은 회색빛 사과 모양의 애플사 로고는 사과나무 아래 앉은 사람 모습을 시작으로 무지개 패턴의 사과 등을 거쳐 변신을 거듭한 결과, 세계인의 일상에 자리 잡아 막대한 브랜드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8년 브랜드가치 평가에서 애플은 1828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이는 한화로 200조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3개의 별 도형과 한자 또는 한글명을 포함했던 삼성전자 초창기 로고는 비대칭 파란색 타원 등으로 변화를 거쳐 현재는 간결하고 세련된 서체로 바뀌었다. 글로벌기업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포브스의 2018년 브랜드가치 평가에서 세계 7위에 자리매김하였다.

해외진출 전략으로 브랜드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좋은 친구'를 뜻하는 '好麗友'(하우리요우)로 상표를 바꾸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가치를 담아 포장에 '인'(仁)자를 새기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쳐 중국인의 대표 간식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중국 기업 브랜연구소가 발표한 2017년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 파이부문에서 2년 연속 1위에 오른 바 있다.

낡은 코르크를 방치하면 와인의 양이 줄고 상하기 쉽듯이,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브랜드는 소비자 외면을 받게 되어 결국 기업경영의 실패로 귀결될 수도 있다. 이것이 기업의 브랜드경영에서도 리코르킹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원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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