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신청 작년 11월 누계 889건

2019-01-18 10:30:01 게재

매달 70건 안팎에서 11월 120건으로 ↑

부·울·경 지역 증가

중소기업들은 채권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신용위험평가에서 D등급을 받으면 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거나 청산절차를 거친다.

지난해 D등급을 받은 중소기업은 132곳으로 전년대비 16.8% 증가했다. D등급을 받는 중소기업은 증가추세다. 2014년 71개에서 2015년 105개 2016년 105개 2017년 113개 지난해 132개로 늘었다.

법원에 기업회생신청을 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1~11월 누적) 신청기업은 889곳으로 전년동기대비 13.39% 증가했다.


매월 70~80개 기업이 신청을 했다면 지난해 11월은 120건을 기록했다. 통상 12월 접수건수가 많고 채권은행과 금감원이 신용위험평가결과를 발표한 만큼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등 일명 부울경 지역의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협력업체와 조선기자제업체 등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11월말까지 올해 울산지방법원과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각각 35개과 88개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2개, 64개와 비교해 증가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같은 기간에 48개 기업이 신청해 전년도 43개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지는 않았다. 광주지방법원은 같은 기간에 47개 기업이 신청했는데 전년도 29개와 비교하면 62.06% 증가했다.

법원은 증가하고 있는 기업회생신청을 다양한 방식으로 신속히 처리하고 있다.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ARS제도는 기업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개시 결정이 나오기까지 기업과 채권자 사이에 협의를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절차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이 상당기간 묶이고 채무조정 등을 통해 깎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할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우 법원에 회생신청을 한 이후에도 정상적인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ARS적용 사례로 꼽히는 자동차부품업체인 다이나맥는 회생신청 전에 비해 매출과 생산량이 증가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포괄적 금지(채권·채무 동결 등)명령 이후 채권자들로부터의 강제집행 위험 없이 회생신청 전과 동일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회생절차에 들어온 기업에 대해 법원은 스토킹 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M&A를 활성화하고 있다. 스토킹 호스는 회생기업이 회생기업을 인수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인수의향자를 물색해 유력한 인수의향자와 사이에 향후 공개경쟁 입찰에 부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회생법원은 조건부 인수예정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보다 유리한 인수내용을 제시하는 매수자를 찾기 위해 공개입찰을 진행한다.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통해 유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측에 매각하는 방식이어서 M&A의 실패 가능성이 적다.

서울회생법원은 그동안 약 30개 기업에 대해 스토킹 호스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0개 기업이 모두 M&A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PEF) 중에서도 기업을 인수해 자산 등을 쪼개서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스토킹호스 방식이 진정한 공개입찰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M&A를 통해 기업이 회생하는 곳도 있지만 사실상 청산이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회생신청을 한 기업을 살리려고 하지만 이미 살림살이가 바닥난 상태에서 법원을 찾는 기업들이 많아 회생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금융당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대기업 중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 신청기업의 구조조정 성공률을 분석하면 워크아웃은 42.1%, 회생절차는 27.5%에 그쳤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145개 기업 중 61곳은 성공, 41곳은 실패, 43곳은 진행 중이고, 회생절차를 신청한 102개 중 성공은 28곳, 실패는 30곳, 진행 중인 기업은 44곳이다. 하지만 8년 누적 성공률에서는 워크아웃이 54.4%, 회생절차가 45.6%로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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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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