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주도권 대립 법원·금융당국

2019-01-18 10:30:01 게재

P플랜 입장 차이

기촉법 후속 논의

합의점 도출 하나

기업구조조정제도의 두 축은 금융당국과 법원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한 워크아웃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구조조정제도로 볼 수 있고 기업회생절차는 법원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 절차를 말한다. 자본시장에 의한 시장주도적 구조조정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법원과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다.

법원에서 시작한 P플랜 제도가 대표적이다.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의 장점을 모았기 때문에 '제3의 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을 의미하는 것으로 채권자나 채무자가 기업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시에 회생계획안을 내는 '사전 회생계획안' 제출제도를 말한다.


회생계획안은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수개월 이후에 제출되는 게 통상적이지만 미리 회생계획안을 내서 구조조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플랜은 법원의 강력한 채무재조정으로 기업의 채무를 대폭 줄인 상태에서 채권자(금융기관)가 사전 회생계획안에서 밝힌 신규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어 워크아웃의 장점이 결합돼 있다.

법원은 P플랜을 활성화해 2~3개월 안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끝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P플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업과 채권자가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하기 전에 협의를 통해 회생계획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P플랜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과 법원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업들이 신속하게 법정관리에 들어오면 채무가 동결돼 불필요한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채무재조정을 통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법원을 통한 강력한 채무재조정이 진행된 이후 다시 워크아웃 형태로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주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P플랜제도의 주도권을 놓고 양쪽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P플랜에 대한 금융위와 법원의 입장차이가 좁혀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부터 P플랜 활성화를 놓고 금융위와 법원이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기촉법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에 '법원과 기업구조조정 관련 기관 및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 또는 기촉법 상시화 방안 등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종합적인 운영방향에 관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법원이 기업구조조정제도의 해법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금융당국과 법원은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례협의체에는 회생법원과 금융위·금감원을 비롯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성장금융 유암코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는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의 악화로 워크아웃·회생절차 신청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자본시장과 정책금융기관 등 구조조정 플레이어와 금융당국·법원 간 협력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의 부대의견이 있어서 구조조정 논의를 법원과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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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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