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⑥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업대박?

2019-01-30 11:25:04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메우치. 1854년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했지만, 특허료를 낼 돈조차 없어 특허를 받지 못했다. 대신 20년 후 벨이 전화기로 특허를 받아 큰돈을 벌고, '최초'라는 타이틀마저 가져가 버린다.

영국의 제임스 와트. 1769년 자신이 개량한 증기기관의 특허를 받았지만, 이를 사업화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유망한 사업 아이템이라 생각한 볼튼이 특허 지분을 매입하면서, 와트와 함께 볼튼앤와트(Boulton & Watt)를 설립한다. 볼튼은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기간을 연장시키는 등 기술개량에서 특허, 판로개척에 이르기까지 와트 증기기관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볼튼앤와트가 만든 회전식 증기엔진. 사진 런던과학박물관 홈페이지

볼튼이 없었다면, 와트 증기기관의 특허는 17년이나 빨리 소멸되었을 것이고, 사업적 성과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발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허를 고려해야 한다. 특허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발명에 대해 독점권을 주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나의 허락 없이는 내 발명을 사용할 수 없게 한다. 그럼, 특허를 받은 후는 어떨까?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직접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을 파는 것이다.

직접 사업을 하려면 다시 많은 산을 넘어야한다. 실제 제품으로 제작하고, 생산을 위한 시스템도 갖춰야한다. 제품 출시 후에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줄 자본과 사업가적 수완이 없다면 여전히 큰돈을 벌기는 힘들 것이다.

현대사회는 기술이 더욱 복잡해져, 대기업조차 필요한 모든 기술을 직접 연구·개발하긴 어렵다. 자본과 사업수완이 필요한 '발명가'와 혁신적 기술이 필요한 '사업가'. 이들의 필요가 맞아, 최근엔 우수한 기술을 가진 신생기업과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만나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성장해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글은 약 4800억원에 딥마인드를 인수해 알파고를 만들 수 있었고, 네이버도 지난 17년에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7곳에 약 1500억원을 투자하거나 인수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발명가와 사업가의 관계가 와트와 볼튼처럼 성숙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허권으로 발명가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지만 제도적 장치만으론 한계가 있다. 발명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지식재산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어야 한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특허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그 첫 단추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박원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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