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 훈 한양대학교 교수

관광산업, OECD 회원국은 GDP 대비 10%인데 우리는 5%

2019-02-14 11:07:06 게재

"행복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

거시 차원에서 정책 펼쳐야

글로벌 마인드와 비전 필요

"관광산업은 행복산업입니다. 여행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단일 행동 중 행복감을 가장 높여줄 수 있는 행위로 여행을 꼽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여행 만족도가 1단위 증가를 하면 삶의 만족도가 0.64단위 상승했어요. 사람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행도 그 중 하나라는 거죠. 여행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7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의 일성이다. 그러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내일신문은 이 교수로부터 관광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관광산업의 위상, 융복합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 관광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2018년 발표한 서울관광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을 36명 유치를 하면 일자리 1개를 창출한다. 관광산업은 서비스업 분야고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분야다. 사람이 필요한 분야라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산업을 같이 성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다. 여행을 가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증가하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관광은 산업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국가경제에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OECD 회원국 평균 GDP 대비 10.1%에 이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5%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에 대한 효과도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관광산업을 분류할 때 해당되는 산업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라고 해도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다면 관광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 업종을 보다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정부가 관광정책을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향후 OECD 회원국 정도로 관광산업이 GDP에 기여하려면 관광산업 생태계는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정책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여행업, 숙박업 등 각 업종은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떻게 성장하게 할 것인지 거시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관광산업이 사회, 기술 변화에 빠르게 따라가거나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산업 변화에 관광기업들이 대응하기 어려워한다.

여행은 증가하지만 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으로, 경관이나 명소를 관람하는 여행에서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유형은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산업도 바뀐다. 기술 발전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SNS는 여행에 빼 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기존 서비스의 내용이나 방식을 바꿔 서비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네빵집들이 디자인을 바꾸고 빵에 '건강함' 등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동네 명소로 떠오른 것과 같은 이치다.

또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더 선도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온라인여행중개사(OTA)에 뒤진 것은 플랫폼 방식의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형성이 돼야 사람들은 그곳에 와서 예약을 한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개별 단위들을 엮는 방식이기 때문에 플랫폼 방식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 관광사업체에 영세한 곳들이 많다.

우선 산업계가 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가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 이를 지키고 생태계 간에 공정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도매업과 소매업, 여행사와 가이드 간의 관계도 이에 해당한다.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 간의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한중의 경우, 초저가 상품을 방지하기 위해 양국이 협의했고 이는 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또 정부는 업계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기업들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등과 같이 다양한 외적 영향을 받지만 회복 탄력성도 크다. 외적 위기를 맞을 때를 대비해 마련한 위기관리매뉴얼이 있으면 업계가 위기를 대처해 나가기가 보다 쉬울 것이다.

■ 융복합 관광기업의 신규 창출도 중요할 텐데.

정부는 관광벤처 사업 공모전을 하고 있다. 중요한 등용문으로 새로운 벤처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는 지원의 초기 모델이다. 이제는 상설진흥체제로 바꾸고 그 중 한 사업으로 공모전을 포함해야 한다.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늘 상담·컨설팅을 받고 엔젤 투자자들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또 관광벤처들끼리 연합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관광벤처는 글로벌 마인드와 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한중일 정도는 시장으로 생각하고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관광 분야는 산학 협력이 중요하다. 기술뿐 아니라 서비스, 콘텐츠에도 R&D가 필요하다. 제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대학이 연계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곤 한다. 관광 분야도 이와 같은 체계가 활성화되면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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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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