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윤지환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기존 관광기업과 관광벤처들의 교류 시급"

2019-02-21 11:06:03 게재

기업 입장에서 지원정책 펼쳐야

“여행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호텔 여행사 등 기존 관광기업들은 다 어렵습니다.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개인들이 온라인여행중개사(OTA)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하면 기존 기업들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아무도 장담을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존 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을 관광벤처가 시도하고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19일 만난 윤지환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의 일성이다. 윤 교수는 2012년 관광벤처 다비오를 설립한 공동 창업자이며 관광벤처포럼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윤 교수를 만나 관광벤처의 중요성은 물론, 관광벤처의 어려움과 제대로 관광벤처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었다.

■관광벤처는 언제 시작됐으며 어떤 기업들이 있나.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부터 관광벤처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때가 관광벤처들이 막 생기기 시작한 때다. 관광벤처라고 하면 대부분 IT 기반한 기업들을 떠올리지만 의외로 체험기반형 벤처 기업들이 많다. 와바다다라고 하는 기업은 실내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해 3D 안경을 쓰고 짚라인을 타는 사업을 한다. 요즘 VR 기술이 좋아서 상당히 실감이 난다.

한복남이라는 체험형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 한복남은 전주한옥마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한복렌털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지에서 한복을 입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업체가 시작한 거다. 요즘에는 선물용 한복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매출이 꽤 일어난다고 한다.

■정부 지원은 적절한가.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가 하는 관광벤처 지원사업을 보면 잘 돼 있는 편이다. 상당히 많은 관광벤처들이 초기에 공모전 등 정부가 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다. 매출이 일어나기 전 그 돈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면서 성장하는 거다.

그런데 관광벤처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양한 지원 정책이 실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의 대상이 되는 관광벤처의 입장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관광벤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조사가 필요하다.

또 해당 프로그램마다 서류 작업이 너무 복잡하고 과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정부가 관광벤처에 지원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돈을 어디에 쓰느냐’ 보다는 ‘해당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절차를 관광벤처에 맞게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관광산업과 관련해 법규를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법에 의한 관광사업체가 7종으로 한정돼 있다.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사업체는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 카지노업, 유원시설업, 관광편의시설업에 한정된다. 여행플랫폼, 관광기념품, 증강현실(AR) VR 관광체험, 여행지도 등의 관광벤처들은 이에 속하지 못한다. 관광벤처들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관광진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관광기업과 관광벤처가 상생하는 방안은.

관광벤처 중에는 기술력은 높지만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관광벤처가 관광산업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기존 관광기업들의 네트워크나 역량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데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관광산업을 모르면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기존 관광기업들은 필요성은 인식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기존 관광기업과 관광벤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서로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호텔이나 여행사는 자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관광벤처를 만나 투자할 수 있고 인수를 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관광기업, OTA가 탄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기존 관광기업과 관광벤처들이 교류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2017년 시작한 관광벤처포럼은 다양한 형식으로 교류의 장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OTA가 나올 수 있을까.

글로벌 OTA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익스피디아’ 등의 기업들은 비슷한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 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이를 통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늘리고 콘텐츠를 축적하며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관광객들이 이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려면 각개전투를 해서는 안 되고 덩치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예컨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나 호텔,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와 같은 대형 여행사 등 기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관광기업들과 기술력을 가진 관광벤처가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자금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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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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