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⑦

1882년 한 실학자의 상소

2019-02-27 11:45:33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1882년(고종 19년). 우리나라가 열강들 사이에서 개화기를 힘겹게 헤쳐가고 있던 때다. 그러기에 조미수호통상조약, 임오군란, 제물포 조약 등 교과서에서 보던 귀에 익은 역사적 사건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역사의 굴레 속에서 한 실학자가 부국강병을 위해 고종에게 한 상소를 올렸다.

실록에 따르면 이 상소문은 '나라가 발전하고 부강하기 위해선 정부가 하나의 원(院)을 설치해 새로운 서적을 구입하고, 각 국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기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유능한 젊은이를 선발해 과학기술 교육을 받게 하고, 새로운 기계를 만들거나 발명한 사람에게 전매 특허권을 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특허권을 실행할 구체적인 방안까지 담겨 있었다.

상소문을 확인한 고종이 '조리가 똑똑하고 분명하니 마땅히 그렇게 되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기뻐했다고 실록은 전하지만, 운영여부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현대적 개념의 특허권이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처음 제시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허공보 제1호

나아가 필자는 이 상소가 현재 특허분야 세계 4위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지식재산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씨앗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반세기가 넘게 흐른 1948년에서야 비로소 상공부 특허국을 통해 씨앗이 발아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후 '유화염료 제조법'이란 특허 1호가 등록됐고, 올해는 200만번째 특허가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숙제도 많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지식재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선 지식재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우리 중소기업은 우수한 기술과 지식재산을 보유해도 자금 조달이 어렵고,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꼬리를 물어 기술혁신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키고 혁신성장의 장애물로도 작용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랜 노력 끝에 올 7월부터 특허·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제도가 지식재산이 제값을 받는 시대를 열어 가는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민족의 독립과 번영을 향한 평화의 씨앗이 울려퍼진 3.1운동이 100년을 맞이하는 2019년. 한 실학자의 상소로 시작된 특허의 씨앗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는 자양분을 만나 지식재산 시장의 꽃을 활짝 피워, 우리경제가 혁신성장이라는 열매를 맺길 기대해 본다.

박원주 특허청장

[재미있는 특허이야기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