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관광산업'이다│③ 지역관광 책임지는 '관광두레'

피자식당 운영하고, 여행사 만들고 … 주민사업체 뿌리 내린다

2019-02-28 11:32:07 게재

강화 대표하는 직물로 제품 만들어 … "놀이 삼아 했던 일이 관광두레 지원받아 체계적으로"

서울에서 1~2시간 거리 관광지 강화. 50~60대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라고 여겨지던 강화에 최근 젊은층과 가족들이 발길을 할 수 있는 관광지가 늘고 있어 화제다. 관광두레의 지원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지역 특성에 기반해 스스로 만들어낸 사업체들이 호평을 받는 것.

관광두레는 지역민들이 자생적으로 관광사업체를 경영할 수 있도록 관광두레PD를 중심으로 교육·견학, 멘토링, 파일럿사업 등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중 하나다. 강화에는 관광두레를 기반으로 1곳의 주민사업체가 창업을 했으며 4곳의 주민사업체가 창업 준비 중이다.

화덕식당에서 피자를 굽고 펍 스트롱파이어,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청풍. 스트롱파이어에서 굿즈들과 한 컷을 찍었다. 왼쪽부터 조성현(닉네임 베니스), 김선아(닉네임 총총), 김토일, 유명상(닉네임 유마담), 이경미(닉네임 수리)씨.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 = 20일 오전, 펍 '스트롱파이어'에서 만난 협동조합 청풍의 청년들은 생기발랄했다. 20대에 만나 강화풍물시장에서 씬피자를 굽는 '화덕식당'을 운영해 온 이들은 2017년 8월 관광두레의 지원을 받아 협동조합을 꾸려 본격 창업의 길로 나섰다. 1층에는 펍 스트롱파이어를, 2층 이상에는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을 창업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하는 이들도 4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게스트하우스와 펍은 어느새 젊은층을 중심으로 알려져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다양한 기념품(굿즈)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2018 관광두레 크라우드펀딩'에서 지역 공방과 협력해 개발한 강화의 노을과 갯벌을 담은 향초와 성냥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강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진달래를 접목한 다양한 굿즈도 개발 중이다.

강화를 대표하는 직물 소창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주식회사 메이드인 강화. 왼쪽부터 김순덕 권화순 김미자 하순실씨. 사진 이의종


이들이 처음부터 음식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하면서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꾸던 이들은 강화에 정착하고자 가장 오래된 시장인 풍물시장에서 피자를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광두레를 만나 지원을 받으면서 펍과 게스트하우스를 차렸다. 이들은 관광두레와 함께 강화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인테리어를 개선하느라 열심이다.

강화가 고향인 김토일씨는 "자라면서 동네 아이들, 어른들과 진달래를 따서 화전을 해 먹는 등 따뜻한 이웃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런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업체와 향초 굿즈를 만드는 등 지역 안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관계 덕에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늘 밝게 생활하는 것 같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지속 가능한 매출이 있어야 강화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미 관광두레PD는 "지역민들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청년층과 30~40대 가족 관광객들이 관심을 갖고 들르면 이들이 강화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역에 뿌리내린 청년들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화로여행과 관광두레 PD들이 강화 8경 중 하나인 연미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월숙씨, 서하얀 관광두레 청년 PD, 김은미 관광두레 PD, 윤화심씨.


◆인문학 기반 '걷기' 제안 = 이날 만난 '강화로여행'은 월곶리 옥림리 대산리 주민 10여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여행사 창업을 준비하는 주민사업체다. 강화 8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연미정'을 중심으로 걷고 체험하고 지역민들과 관계를 맺는 인문학적 여행을 제안한다. 특히 강화에는 민통선 안에 마을이 있고 평화전망대가 있는데다 철새도래지에서 철새를 만날 수 있어 마을여행에 평화와 생태를 접목할 수 있다는 각오다. 여기에 강화 역사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접목할 계획이다.

윤화심 대표는 "130호 정도 되는 작은 마을에 70~80대가 주로 살고 있어 마을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우리 마을을 기억할 수 있는 동네로 바꿀 수 없을까'라고 고민을 하다가 관광두레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연미정과 황형택지 등을 중심으로 길을 걷고 지역민들과 어우러져 목공 등 체험을 하고 물건을 사는 구석구석 마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소소'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손수건 베갯잇 배냇저고리 앞치마 등 다양한 직물 제품들을 제작하는 '주식회사 메이드인강화'도 관광두레를 만나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주식회사 메이드인강화는 1910년대 직물조합이 결성된 '직물의 도시'라는 강화의 특성을 이어받아 강화를 대표하는 직물 소창을 소재로 제품들을 생산한다. 주민 4명이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한다. 아이들과 핫팩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권화순 대표는 "놀이 삼아 했던 일이 관광두레의 지원을 받으며 체계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다른 업체들을 발굴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지역 공동체'가 관광 핵심요소

[이제는 '관광산업'이다 연재기사 보기]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