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⑨

미국 228년만에 1000만번째 특허

2019-04-03 10:53:10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1790년 7월 31일.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새뮤얼 홉킨스가 발명한 '비료원료인 탄산칼륨 제조특허'에 직접 서명했다. 미국 특허 1호다.

특허증엔 대통령 외에도 국무장관, 법무장관, 당시 미국 수도였던 필라델피아 시장의 서명까지 더해져 있다. 당시 특허제도에 대한 미국의 사회적 관심까지 엿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6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프 마론 박사가 개발한 '레이더의 실시간 판독을 위한 방법특허'에 직접 서명했다. 미국의 1000만번째 특허의 주인공이다. 정확히 228년. 미국에서 1호 특허와 1000만번째 특허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일 120건의 특허가 등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19일 1000만번째 특허에 직접 서명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조셉 마론 발명가. 사진 특허청 제공


로스 상무장관은 "혁신은 건국이후 미국의 생명줄이었다. 특허 제도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혁신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 1000만건의 또 다른 특허기록은채 228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특허를 가장 강하게 보호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특허제도가 국가 및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신뢰할 정도로 자부심도 크다.

우리는 어떨까.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특허 1호는 1948년 11월 20일 등록됐다. '유화염료 제조법'으로, 염료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법에 관한 기술이다. 출원인은 중앙공업연구소, 발명자는 이범순·김찬구씨다. 우리는 특허 1호가 등록된 지 71년이 지난 올해 200만번째 특허가 등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미국에선 특허를 혁신의 연장선에 놓고 자국 기업들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의 시발점도 결국 특허 등 지식재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셈이다. 일본 등 주요국들도 자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고 이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식재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식재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식재산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우리의 지식재산 경쟁력이 혁신성장을 주도해, 특허사의 주요 이정표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박원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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