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⑩

두바이 경찰청장의 선물

2019-04-25 11:15:26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지난 2월, 한류모방 상품의 근절을 논의하러 두바이 경찰청을 방문했을 때, 뜻밖의 환대에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환영행사가 끝은 아니었다. 두바이 경찰청장은 한류모방 상품 근절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확인이라도 해주듯 포탄을 형상화한 금속 조형물을 선물로 주었다. 이 조형물은 귀국길 두바이 공항에서 세관통과 시 해프닝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꽤 큼직한 금속물에다 뇌관까지 있는 포탄을 형상화했기에 그럴만도 했다.

이런 환대는 아랍에미리크(UAE)가 우리를 혁신의 파트너로 인정하기에 가능했다. UAE는 포스트 오일시대를 준비하며 주된 관심사로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라다. 혁신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UAE는 아이디어를 창출·보호하는 특허제도에도 관심이 많다.

두바이 경찰청 방문기념으로 받은 '포탄 형상의 조형물'.


이런 이유로 우리의 우수한 특허심사 인력과 지재권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었고, 지속적인 특허심사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 지식재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다.

UAE는 우리의 지재권 성장과정에도 관심이 많다. 주요 지식재산 선진국은 오랜 기간 지재권 제도를 성숙·발전시켜 왔지만,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여 짧은 기간에 지식재산 선진 5개국(IP5)의 반열에 든 우리의 경험까지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UAE뿐만이 아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계는 혁신 중이고, 많은 나라가 그 해답을 지식재산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제까지도 지속적인 혁신으로 남들이 배우고 싶어 할 만큼 지재권 제도의 성숙과 내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기서 머물러선 안 된다. 이젠 혁신영역을 세계로 확대할 때다. 필자가 우리기업의 해외특허 확보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속지주의인 특허제도 특성상 국내특허는 해외에서 아무런 권리도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은 국내출원의 4.3%만 해외에 출원하고 있다.

해외특허가 없으면 우리 제품을 베껴도 보호받지 못하기에 방패없이 전장에 나가는 것과 같은데 말이다. 우리기업의 특허가 해외에서도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식재산 분야 혁신의 출발점이 아닐까.

UAE에 특허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적 철학과 제도를 공유하는 것이다. 행정한류를 넘어선 지식한류라 할 만 하고, 우리 기업이 해당국에서 권리를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UAE의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전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협력을 약속했고, 앞으로도 아세안 인도 브라질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지식재산으로 우리경제의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초심을 포탄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보며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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