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별기획 - 국책연구기관장에게 듣는다│김대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4차 산업혁명 주도권 확보"

2019-04-30 11:17:20 게재

중국 예상보다 빠른 추격, 비교우위 찾아야

5G, 산업현장과 융합하면 신산업 탄생

남북 ICT 협력하면 신산업·일자리창출 기회

"5G(5세대 이동통신)를 기반으로 지능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4차 산업혁명의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 이의종

김대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것은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프라로 우리의 강점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혁신과 융합을 추진해가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중국 성장세에 대해선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르다"며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비교우위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 원장은 26회 행정고시에 합격, 정보통신부 통신기획과 과장, 정보통신협력본부장,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조정실장, 방통위 상임위원 등 30년 넘게 정보통신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2017년 3월부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김 원장과의 인터뷰는 24일 내일신문사에서 진행됐다.

■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5G 이동통신 기술은 기존의 통신시스템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 2세대, 3세대, 4세대까지 통신 속도가 빨라지고 성능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했다면 5G는 통신 성능이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좋아질 뿐 아니라 연결범위를 대폭 넓혀 통신 이외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순히 통신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5G를 생산현장과 연결하면 스마트공장이, 미디어영역으로 들어가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이, 자동차와 연결되면 자율주행차량이 되는 것이다. 5G가 산업현장과 융합되면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5G가 4차 산업혁명의 필수적인 기술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 그동안 우리나라가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을 강조해왔던 것에 비해선 성과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나.

융복합이라는 게 ICT와 기존 산업, 기존 생활서비스와 만나야 하는데 처음부터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의 문제가 있다. 사실 어느 나라나 규제가 있다. 얼마나 유연하게 집행하느냐의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유독 경직돼 있다.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 경직됐다기보다는 그 뒤에 있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조정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나 차량공유·카풀서비스는 대표적인 예다.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다보니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ICT 융복합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약하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현장에서 ICT와 다른 기술들을 접목해야 융복합이 일어나는 것인데 우리는 소프트웨어 인력도 부족하고 경쟁력도 떨어진다.

■ 정부가 오래전부터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게 벌써 10여년 전이다. 하지만 반짝 관심을 보이고 말았다. 10년간 꾸준히 투자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선정했는데 한번 지정했으면 5년이고 10년이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당장은 성과가 안 나올 수 있지만 계속 투자해서 인력들이 양성되면 산업현장 곳곳에 스며들게 된다. 그 사람들이 ICT 기술을 엮어 내면 그게 바로 융합이 되는 것이다. 결국은 지속적이 투자가 관건이라고 본다.

■ ICT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중국이 시진핑 체제에 와서 '중국 굴기'를 외치면서 치고 나갔다. 오래전부터 ICT 경쟁력 강화를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왔다. '중국제조 2025', '인터넷플러스 전략' 등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전통산업 및 일상생활의 디지털 접목을 추구하는 정부차원의 전략을 가동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중국이 인력과 재력을 동원해 쏟아 부으면 우리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문제는 예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빨리 쫓아온다는 것이다. 중국의 ICT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 중에는 규제 환경의 차이도 있다. 중국은 영상인식, 안면인식 기술 개발을 위해 길거리 CCTV에서 찍힌 사진을 마구 활용해 분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 문제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들이다.

10여년 전 우리나라가 세계 IT의 테스트배드를 자처하며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유수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려고 애를 쓴 적이 있다. 당시 몇몇 기업들이 시늉을 내다 말았는데 중국이 부르니까 다 갔다. 워낙 시장이 큰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중국의 ICT성장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비교우위를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5G를 먼저 치고 나가는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도 뒤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4차 산업혁명은 굉장히 포괄적인 것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자고는 할 수 있지만 단정적으로 뒤졌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을 의미하는데 'DNA'로 요약된다. D는 데이터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인터넷 등 통신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면서 산업의 원료가 된다. N은 네트워크이고 A는 AI(인공지능)이다.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데이터수집, 유통, 활용 등에서도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우리가 앞서 있던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기술차이가 1년 정도로 좁혀진 것을 고려하면 위기의식을 갖는 건 당연하다.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우리의 강점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가장 먼저 5G 통신을 깔지 않았나.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다. 5G 기반 지능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 북한의 ICT 수준은 어떤가.

ICT 인프라나 네트워크 등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많이 뒤지는 것 같다.

다만 소프트웨어 관련된 부분은 강점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문자·음성·생체인식 및 영상분석, 네트워크 통신 및 관리, 인공지능 등 기초기술 분야에서 연구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길찾기, 사진보정, 게임 등 스마트폰 앱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생체인식과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개발도 활발하다.

■ ICT 분야의 남북협력을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 ICT 협력에 대해 남측의 자본력과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남북의 상생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통신이나 방송이나 굉장히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개방하진 않을 것이다. 남측의 요구와 실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절충해 가는 게 필요하다. 북한이 보유한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 및 연구개발 역량,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과 남한이 보유한 국제협력네트워크, 경제발전의 경험이 만나면 북한에게는 국제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남한에게는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분야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인 5G를 통한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려고 한다. 또 정보통신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로 시각을 넓혀 산업간 융합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른 연구기관, 또 다른 산업분야와의 협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게 되면 사회제도 등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려 한다. AI 시대가 되면 인간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AI와 관련된 윤리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에 익숙치 않거나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기 어렵고 그만큼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미리 정책적으로 어떻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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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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