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⑪

직류(DC), 에디슨에게 상처와 영광

2019-05-14 10:56:28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발명왕 에디슨은 전구와 함께 전력시스템 즉, 전기를 생산하고 먼 거리를 거쳐 가정까지 배전하는 방법도 처음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구가 어둠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냈다고 그를 칭송하고 있으나, 그 당시 전구의 특허도 6년간(1883~1889)이나 무효소송을 치러야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그의 또다른 발명인 전력시스템은 아예 시장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에디슨이 개발한 직류(DC) 방식은 처음엔 성공하는 듯 했으나, 테슬라의 교류(AC)가 나오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흔히 이를 두고 AC-DC의 '전류전쟁'(war of currents)이라 부른다. 당시 DC는 장거리로 송전할 때 문제가 있었다. 에디슨은 발전소와 가정 사이의 선로로 인해 전압이 낮아지는데 이를 쉽게 올리지 못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집 근처에 요란한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고 하니 난감했을 것이다.

1885년 웨스팅하우스에서 처음 제조한 변압기 사진 에이슨기술센터

그러나 테슬라의 AC는 '변압기'라는 간단한 장치로 전압을 쉽게 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교류가 더 위험하다는 등 에디슨의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때 이후 현재까지도 변압기는 AC를 세계적 표준으로 채택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130여년이 지난 지금 에디슨의 전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발전하여 DC를 생산하고, 배터리로 DC 전원을 공급받는 전기자동차와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크게 늘어났다. 우리 주변의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모두 DC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기술의 혁신이 있었다. 에디슨에게 난제였던 전압을 높이는 기술이 교류의 변압기를 따라잡게 된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전력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DC 전압을 높이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다양한 제품을 통해 인버터와 컨버터 기술로 알려져 있다.

에디슨의 전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태양과 바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고 DC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보내며 집집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비하는 시대도 머지않았다. 최근엔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느새 우리생활 곳곳에 에디슨의 DC가 입지를 더욱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발명가가 가는 길엔 수많은 경쟁자들과 기술적 난제들이 앞을 가로막을 수 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에디슨의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에디슨에게 도전과 시련을 안겼던 직류 기술은 그의 사후 기술의 진보를 통해 에디슨에게 또 하나의 영광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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