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⑮

AI시대를 위한 준비

2019-09-27 10:58:44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뜨거웠던 여름도 어느덧 다 지나고 훌쩍 가을이 왔다. 지난여름을 돌이켜보면 필자에게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다. 6월에는 송도에서 선진 5개국 특허청장 회의가 열렸다. 이후 사우디 등 새로운 협력국과 교류가 이어지면서 8월에는 우리나라보다 무더웠던 캄보디아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회의를 하다보면,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나 사회변화를 생생하게 접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5개국 특허청장 및 각국의 산업계 대표가 함께 한 연석회의는 '인공지능(AI)·신기술 대응'을 주제로 하여, 각국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AI기술은 신속한 정보처리 능력으로 산업효율을 극대화시킬 뿐만 아니라, AI가 자체 학습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최근 영국에서는 AI가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와 섬광탄을 발명했다.

지난 6월 송도에서 열린 'IP5청장 및 산업계 대표 연석회의'에서 세계 5대 특허청장과 각국 산업계 대표들이 모여 'AI신기술 대응'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 특허청 제공


서레이 법대 특허법 연구팀은 이 발명을 영국 및 유럽특허청에 특허출원하여 특허성을 인정받았으나, 특허청은 인간만 특허를 받을 수 있고 도구에 불과한 AI에게는 특허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현행 법률체계는 자연인만 창작의 주체로 보고 있어 AI가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주장과, 특허법 상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자에게 있으니 AI가 발명자라면 AI가 특허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이같은 AI기술의 발전과 제도의 충돌 사례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법률체계는 인간을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었으나, 이제 AI의 법적 지위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인 것 같다.

특허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AI발명의 발명자, 권리자, 특허적격성 등을 주제로 5개국 전문가회의가 열렸고, 이번 청장회의에서 5개국은 이러한 주제를 심도있게 탐구하기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AI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관련된 제도를 신속히 준비하여 AI발명의 급증에 대비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AI가 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하여 진료에 투입되었고, 국내에서는 AI변호사 '알파로'가 법률자문 대결에서 인간을 이긴 바 있다. 앞으로 사회에서 AI가 활용되는 영역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을 인간에게 더욱 이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AI와 관련된 법적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인간과 AI의 조화를 위한 체계를 늦지 않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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