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16)

특허기술의 진정한 발명자는 누구

2019-11-11 11:01:14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평소 알고 있던 지식이 나중에 진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때가 있다. 필자에게는 벨의 전화기 특허가 그랬다. 많은 인터넷사이트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최초의 전화기에 대한 특허를 경쟁자보다 2시간 먼저 신청한 덕분에 특허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특허청에 온 뒤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았다.

같은 기술을 서로 다른사람이 발명했을 때, 누구에게 특허를 주어야 할까. 역사적으로 선발명주의와 선출원주의라는 두가지 방식이 있었다. 선발명주의는 먼저 발명한 사람에게 특허를 주는 방식이고, 선출원주의는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주는 방식이다. 정당성 측면에서야 먼저 발명한 사람에게 특허를 주는 것이 맞지만,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 판단하기가 힘들고 기술의 공개가 늦어지면서 중복 개발될 여지도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장거리 전화개통식에서 시연하고 있는 벨. 사진출처 americanslibrary.gov

미국도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2012년까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발명주의를 운영했다. 벨이 특허를 신청했던 1876년에는 먼저 발명한 사람에게 특허를 주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신청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벨이 당시 특허를 받은 것은 경쟁자인 엘리샤 그레이보다 앞서서 전화기를 발명했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지, 한 두 시간 먼저 특허를 신청했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벨이 특허를 받은 이후 전화기를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를 놓고 600여회 이상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경쟁자인 그레이를 비롯해서 안토니오 무치 등 많은 사람이 관련돼 있었다. 특히 무치는 1871년에 임시특허를 신청하기도 했는데, 돈이 없어 이를 정식 특허로 신청하지는 못했다.

2002년 미국 하원 의회는 무치에 대한 결의안을 의결했는데, 무치가 임시특허를 유지할 10달러의 돈만 있었다면 벨에게 전화기 특허가 부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전화기 발명에 대한 무치의 업적을 인정했다.

벨의 특허와 관련된 수많은 소송들은 무치의 죽음, 벨의 특허권 만료와 함께 전화기 특허의 '진정한 발명자'가 누구인지 결론내지 못하고 종료됐다.

이처럼 발명이 누구의 것이며 누구에게 특허를 줄 것인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한 발명이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리 특허청도 국제공조를 통해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정보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답을 찾아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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