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를 여는 사람들│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가난한 사람들 복지확대가 더딘 현실 바꿔야"

2020-02-11 11:12:21 게재

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해결, 주치의제, 복지세 도입 필요… "시민연대가 사회혁신 동력"

5년 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한국사회는 '전환의 시대'를 요구받고 있다. 그간의 관주도, 돈 중심, 공급자 위주의 보건복지제도 환경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인권과 편의성을 높이며 자주적 참여와 민관협력으로 지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갈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국 곳곳에서 혁신적 실천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람과 단체들의 경험을 소개하고 나눠 사회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주>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너무 더디다. 생계급여는 인상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3년 평균인상률이 2%대에 그쳤다. 두자리수 인상이 필요하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도 절박하다.

#불안정고용 노동자들이 국민연금,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연금개혁 방향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서 '기초연금 인상'으로 전환돼야 한다. 고용보험에서 실업부조가 보완돼야 한다. 올해 월 50만원(6개월 지급)으로 시작하지만 미약하다.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야 한다. 지금 100만호인데 최소 두 배로 늘어야 한다. 민간임대시장 규제도 절실하다. 전월세 계약갱신권을 보장해 현재 2년을 1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당연히 전월세 상한제와 결합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

#문재인케어를 통해 건강보험보장성 확대가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체계정비는 제자리다.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치의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시민들의 질 좋은 진료서비스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면서 부실한 의료전달체계를 개혁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지난 10년 복지가 상당히 늘었다. 이제 시민들이 증세 논의를 벌여야 한다. '세금 정의'를 위한 과세인프라 개혁과 구체적 증세 방안으로 복지목적세(사회복지세)를 도입해야 한다. 시민의 복지 책임도 강화되고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도 높아 질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은 9일 우리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복지분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확충, 사회보험 사각지대·주거복지 해소, 주치의 도입, 복지증세 등을 들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사진 김규철 기자

 

오 위원장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10년, 복지가 급식비 지원, 보육료 지원,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등 현금성 복지를 보편 혹은 준보편 방식으로 확대돼 왔지만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에선 그다지 진전이 없었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오 위원장은 이를 '복지의 불균등 발전'이라 부른다. 복지예산 증가액이 중간계층 이상에게 더 제공되는 '역진성'마저 발생한다.

오 위원장은 "앞으로는 복지의 균등 발전이 필요하다. 선별주의로 가자는 게 아니다. 지금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전체 계층별 복지체계가 균등해 진다. 즉 보편주의가 내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풀뿌리 복지시민운동 지속 실천 = 오 위원장은 1999년 사회학전공(박사)을 마치고 2001년부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소 등 노동단체·진보정당에서 활동했다.

2010년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를 조직해 병원비 해결을 위한 '백만원 상한제' 도입을 시도했다. 2012년 이후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시민단체를 발족해 지금까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3월, 빈곤노인과 복지단체 회원들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촉구하면서 청와대까지 폐지 리어카 거리행진 후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사진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제공


내만복은 2018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됐다. 회원은 약 300명. 재정은 모두 회원 회비로 충당한다.

오 원장에 따르면, 내만복은 '연대'와 '시민주체'를 핵심 가치로 추구한다. 시민 스스로 복지국가를 꿈 꾸고 또 책임지는 복지국가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풀뿌리 복지시민 운동'을 시작했다.

건강보험료 더 내서 백만원 상한제 이루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복지국가를 위해 사회복지세를 도입하자는 활동 등이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내만복은 그 동안 시민들이 복지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복지증세' 운동을 중심에 뒀다. '사회복지세 도입' 운동은 법안 청원, 거리 서명운동, 영상홍보 활동 등으로 펼쳐졌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복지공약 이행 촉구 운동을 벌였다.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공약 미이행에 항의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도 했다.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활동을 벌였고,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당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에도 힘을 쏟았다.

2014년 1월, 홍대입구역 앞에서 사회복지세 시민 서명 활동을 벌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회원들.


◆시민들의 건강증진 위한 주치의 도입 열망 크다 = 오 위원장은 주치의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학위논문 작성을 위해 90년대 후반 영국에 현지조사 차 1년 반 머물면서 주치의를 경험했다. 치과주치의 경우, 처음 등록할 때 사진을 찍어 환자 정보를 보관하고 이후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관리해 줬다.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느꼈다고 했다. 일반 주치의의 경우에도 충분한 상담, 약에 대한 엄격한 관리 등이 인상적이었다.

2012년 2월, 복지국가 풀뿌리 시민운동을 주창하며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발족했다. 사진 제공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지금 그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아이가 어릴 때 주치의의 믿음직한 상담과 관리를 받았다. 재작년에 오 위원장 자신이 고혈압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했는데 꼼꼼히 관리를 해줘 믿음이 간다고 했다. 정기적 상담, 음식 관리까지. 덕분에 처방약을 낮추면서 고혈압 관리를 하고 있다.

최근 주치의제 도입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보장성 강화' 운동이었다. 당시에도 주치의 필요성을 느꼈으나 감히 제안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 위원장은 "시민들이 주치의를 열망한다"며 "한국 의료체계 혁신에 기여하고, 시민들의 건강 증진에도 성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다른 복지단체들과 함께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청계천 입구에서 '복지국가 시민촛불'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사회복지책마을 블러그


◆만복라디오, 만복TV도 운영 = 오 위원장은 '연대' 사회를 강조한다. 자신의 존재성 혹은 행복은 이웃과 더불어 함께하는 실천으로 비로소 구현된다고 믿는다.

보통 복지국가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본생활 '보장' 측면에서 이해하지만 시민의식, 가치가 더 중요하며, 한 사회의 물질적 생산력(경제적 부)이 부족하더라도 시민 연대로 행복실현은 일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부자 나라 미국의 연대와 가난한 나라 부탄의 연대(행복)을 비교해 보면, 1인당 6만 달러의 미국보다 고작 3000달러의 부탄이 훨씬 복지국가에 가까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끝으로 "각자의 지역 공간에서 공익적 가치(사회 연대)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학습모임도 좋고, 주민모임도 좋다. 관심있는 시민단체 가입도 좋을 것"이라며 연대와 실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한편 내만복은 올해 시민들이 복지국가를 위한 전체 비전(로드맵)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보고 복지국가 시민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복지 의제 관련 영상교육홍보 활동도 진행한다. 현재 만복라디오, 만복TV 교육방송을 운영 중이다. 사무실에 영상제작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그는 '세금정의를 위한 연대네트워크', 기초연금 50만원 제안 운동, 주거권연대단체 활동 확대, 주치의제 도입 등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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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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