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곁에 누가 있습니까" 묻고 홀로 떠났다

2020-07-10 11:14:09 게재

불통·갈등, 소통·개방으로 바꾸고

협치·분권·남북관계 의제 이끌어

2011년 10월 27일. 보궐선거로 당선된 서울시장이 인수위 없이 첫 출근,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시장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시민사회는 물론 사회 전반에 갈등과 분열을 야기했던 초등학교 5·6학년 친환경 무상급식 안건을 결재했다. 시민들은 "서울이 달라지고 있다"고 환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년 8개월 임기를 스스로 마감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홀연히 정치권에 뛰어든 그는 연거푸 3선에 성공, 서울시에서 다양한 혁신사례를 만들어왔다.

경청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 박원순 시장은 불통으로 대표되는 서울시 행정을 소통과 협치로 바꿨다. 박 시장이 2011년 12월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희망 서울 교육 청책(廳策)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의 교육 정책 제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선 시장 박원순은 '한강르네상스'로 대표되는 토건 중심 서울시를 복지 중심으로 바꾸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필두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단행했고 '시민복지기준선'을 마련했다. 길 잃은 '뉴타운'사업은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엇보다 그간 갈등을 빚던 서울시의회·시민사회를 행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협치'를 시도했다.

2년 6개월 임기가 끝난 2014년 박 시장은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재선에 도전했고 2018년에는 '내 삶을 바꾸는 서울의 10년 혁명 완수'를 내걸고 3선에 성공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이 가장 여유로운 '특별시'라는 존재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매번 새로운 정책 실험을 자처했다.

정책실험은 복지와 환경 노동 교통 주택 등 전 분야를 아우른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울형 유급병가, 전 국민 고용보험, 원전 1기 줄이기, 미세먼지 시즌제, 생활임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자 이사제, 공공임대주택 16만호,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귀에 익은 정책이 여럿이다.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서울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약속대로였다.

서울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맏형 도시'를 자처하며 자치분권 분야에서도 그간과 다른 걸음을 했다. 재정이 취약한 광역시 자치구를 고려, 서울시 예산을 조금 더 나누도록 조정교부금을 확대했고 그만큼 중앙정부의 역할을 요구했다. 2016년 대권에 도전했을 때는 여러 후보군 가운데 유일하게 '분권'을 핵심 의제로 선택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주민세를 시민에 돌려주는' 동단위 자치분권 실험을 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끊임없이 지방정부의 역할을 찾았다. 지난해 100주년 전국체전을 서울에서 치르면서 '평양과 공동 개최'를 주장했고 서울시는 1932년 올림픽 역시 평양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걸 목표로 뛰고 있다. 그 스스로도 '평양특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얘기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물품을 들고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거나 사회적 쟁점을 초래한 정책도 물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청년수당'을 두고 오랫동안 보건복지부와 맞섰고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로 7017'이나 제로페이 등은 시민사회나 업계에서 반발한 경우다. 특히 지난 메르스 사태때는 중앙정부와 달리 확진자 동선과 병원 관련 정보를 시민과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K-방역'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대세다.

개인적으로는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에서 탈피, 서민적인 시장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아이디어가 많고 관심사가 다양해 '시장 혼자 일을 다 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직원들 생일을 챙기고 수험생인 공무원 자녀들에 합격기원 엽서를 띄우는 등 친근한 행보로 주목을 끌었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이 이끌었던 서울시의 위상을 '3기 민주주의 정부 인수위'라고 표현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정부를 견인해내기까지 '박원순 서울시' 역할이 컸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3선 직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년을 지나 지난 9년간 보수정당이 집권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공백이었는데 그걸 메워준 게 서울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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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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