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 대선 예비주자까지

2020-07-10 11:14:09 게재

시민사회 위상 높이고 기부문화 확산도 기여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을 지낸 박원순 시장이 9일 65세로 생을 마감했다. 박 시장 사망 소식에 지지자는 물론 정치권도 충격에 휩싸였다. 사회 혁신에 평생을 바친 그의 생애가 죽음을 계기로 재조명받고 있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 활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참여연대는 비판과 투쟁 일변도이던 기존 시민운동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로 대안을 제시하고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운동을 펼쳐 시민사회단체 위상을 크게 높였다.

박원순 시장이 9일 65세로 생을 마감했다. 박 시장이 지난 2017년 1월 시민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서울시


기부문화 확산에도 톡톡히 기여했다.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고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를 열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이 주도한 낙천·낙선운동은 정치 퍼포먼스의 획을 그었다. 부정부패 혐의 대상자 80여명 명단을 발표, 정치권을 떨게 했다. 그의 족적은 낙선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1995년 사법개혁운동, 1998년 소액주주운동 등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한걸음 전진시킨 시민운동마다 박 시장 흔적이 새겨져 있다.

박 시장은 사회생활 첫발을 검사로 시작했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박 시장은 1982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에 임용됐다. 하지만 남을 잡아넣는 일은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1년 만에 검사직을 때려치운 뒤 변호사로 전업했다. 변호사 개업 뒤 박 시장은 승승장구했다. 생전에 본인은 기자들과 만남에서 "한번도 소송에서 져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그런 그를 인권 변호사의 길로 이끈 건 청계피복노조 전태일의 친구 조영래 변호사였다. 암으로 투병 중이던 조 변호사는 자신의 병문안을 온 박 시장에게 "박 변호사, 이제 돈은 그만 벌고 사회를 위한 일을 해봐"라고 조언했고 이후 박 시장은 인권과 민주화에 앞장섰다.

1998년 우리나라 최초 성희롱 관련 소송인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변호, 긴 법정다툼 끝에 가해 교수의 패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소송으로 성희롱은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변론에도 참여, 피해자 권인숙씨가 국가폭력에 당한 사실을 밝혀내고 가해자 처벌에 큰 역할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린 것도 박 시장 공이 크다. 2000년 12월 도쿄에 세워진 여성국제전범법정에 참여한 박 시장은 당시 남북공동검사단 일원으로 일본 천황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데 일조했다.

시민운동 대부로 불린 박 시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면서다. 안철수 교수와 극적인 단일화를 이룬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같은달 26일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을 꺾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선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누르고 사상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올랐다.

최근엔 차기 대선주자 대열에도 올라섰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른바 박원순계로 불리는 10여명 의원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며 대선주자로 입지도 다졌다. 서울시장 3선 경력에 여의도 교두보가 마련되며 여권 유력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여기까지였다. 임기를 약 2년여 앞둔 2020년 7월 9일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재임시절 박 시장 가장 큰 업적으론 무상급식이 꼽힌다. 박 시장은 무상급식을 선도적으로 밀어붙여 한국사회 복지의 문을 열었다.

재임시절 박 시장은 워커홀릭으로 불릴 만큼 서울시 업무에 열정을 쏟았다. 박 시장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시민조문은 서울시청 청사 앞 분향소에서 할 수 있다. 발인은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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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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